제주항공 ‘보조배터리 사용 금지’ 선언
비행기 타기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
여행객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항공기 안전 규정이 또 한 번 강화됐다. 제주항공이 오늘(22일)부터 국내선과 국제선을 포함한 모든 노선에서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을 전면 금지하면서, 비행 중 휴대전화나 태블릿을 충전하는 풍경도 사라지게 됐다. 최근 잇따른 기내 보조배터리 화재 사고가 직접적인 배경으로 지목된다. 제주항공은 21일 공식 발표를 통해 22일부터 기내에서 보조배터리를 꺼내 사용하는 행위 자체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기존 국토교통부 지침은 USB 포트를 통한 보조배터리 충전이나 보조배터리로 다른 전자기기를 충전하는 행위만을 제한해 왔지만, 제주항공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사용 자체’를 차단하는 강경한 조치를 선택했다.
항공사 측은 리튬이온 배터리로 인한 화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조배터리는 크기가 작지만 에너지 밀도가 높아 과열이나 단락이 발생할 경우 빠르게 발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항공기 안전의 주요 관리 대상이다.
최근 항공업계에서는 보조배터리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달 초 중국 하이난성 싼야에서 출발해 청주로 향하던 티웨이항공 여객기에서는 승객 가방 속 보조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해 승무원 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불과 며칠 전에도 아시아나항공 국제선에서 유사한 화재 사고가 발생해 기내 소화기로 진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항공기 내 보조배터리 관련 사고는 공식 집계만 13건에 달한다. 대부분 초기 진화로 큰 사고를 피했지만, 밀폐된 기내 환경 특성상 작은 불씨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커지고 있다.
◆ 항공사별 대응…제주항공은 ‘전면 금지’
제주항공은 이미 지난해부터 보조배터리 관리 강화에 나서 왔다. 화재 진압용 파우치 탑재, 단락 방지 조치 의무화, 승객이 보조배터리를 몸에 지니거나 눈에 보이는 곳에 보관하도록 하는 규정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해 항공기 내부 선반에는 온도 감응 스티커를 부착하고, 리튬 배터리 관련 습득 유실물은 즉시 폐기하는 조치도 시행 중이다.
이번 조치는 이러한 안전 강화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제주항공은 홈페이지 공지, 알림톡, 키오스크 수속 안내, 공항 체크인 카운터 설명 등 사전 안내를 강화해 승객 혼선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용은 금지됐지만, 보조배터리 기내 반입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라 보조배터리는 위탁 수하물로는 반입할 수 없으며 반드시 기내 휴대해야 한다. 용량 기준은 100Wh 이하 보조배터리는 일반적으로 1인당 최대 5개까지 가능하고, 100Wh에서 160Wh 사이 제품은 항공사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160Wh를 초과하는 제품은 반입이 불가능하다.
다만 항공사별로 세부 규정과 개수 제한은 다를 수 있어, 출발 전 반드시 이용 항공사의 최신 정책을 확인해야 한다. 제주항공은 홈페이지를 통해 보조배터리 용량을 Wh 단위로 직접 계산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 무선 고데기·발열 기기도 ‘주의 대상’
보조배터리뿐 아니라 리튬 배터리가 내장된 발열 기기도 기내 반입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최근 인천공항에서는 배터리 분리가 불가능한 50만 원짜리 무선 고데기를 위탁 수하물에 넣었다가 폐기 처분된 사례가 해외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무선 고데기처럼 고열이 발생하고 배터리가 일체형인 제품은 기내 반입과 위탁 수하물 모두 금지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여행 시 가급적 유선 전자기기를 선택하고, 배터리 용량과 표기 여부, 절연 상태를 사전에 점검할 것을 권고한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반복되는 사고 사례를 고려하면 기내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다른 항공사로 유사한 조치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항공편 이용 전 배터리 관련 규정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새로운 여행 준비의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