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꼭 가봐야 할 국내 동굴 여행지 BEST 3
광명동굴·평창선굴·구린굴 등 이색 ‘동굴 힐링 명소’ 추천

한낮 햇살은 여전히 따뜻하지만 공기 속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가을이다. 이맘때쯤이면 단풍 명소나 산책길만 떠올리기 쉽지만, 색다른 계절 여행을 찾는다면 ‘동굴 여행’이 제격이다. 1년 내내 12~14도를 유지하는 동굴 속은 초가을에도 기분 좋은 서늘함을 선사하고, 자연이 빚어낸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독특한 풍경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사진=광명시
폐광이 문화공간으로… 광명동굴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 광명시에 위치한 ‘광명동굴’은 과거 금·은·동을 채굴하던 광산이었던 곳이다. 일제강점기 자원 수탈을 위해 개발됐던 이곳은 1972년 폐광 이후 40여 년간 잊혀졌으나, 2011년 광명시가 매입해 문화·예술·관광이 어우러진 동굴 테마파크로 재탄생했다. 총 길이 7.8㎞의 갱도 중 약 2㎞가 일반에 개방돼 있으며, 동굴 입구에서 시작되는 ‘바람길’을 지나면 신비로운 조명과 LED 설치물이 어우러진 ‘웜홀 광장’이 등장한다. 과거 광산의 흔적을 재해석한 전시 공간과 ‘빛의 공간’, 동굴 속 수조를 활용한 아쿠아월드, 소망의 벽과 지하호수까지 이어지는 탐험 루트는 마치 다른 세계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동굴 속 조명과 조형물이 어우러진 포토존도 다양해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도 제격이다.
사진=제주도
제주의 비밀, 한라산 구린굴

조금 더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제주의 한라산 북사면에 위치한 ‘구린굴’을 찾아가 보자. 약 2만 년 전 백록담에서 분출된 용암이 만든 이 동굴은 최근 처음으로 민간에 일부 구간이 개방됐다. 전체 442m 중 200m만 탐험할 수 있지만, 용암이 흘러내린 흔적과 기암괴석, 독특한 지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경험은 여느 관광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함을 선사한다. 탐방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돼 제한된 인원만 입장할 수 있으니 일정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사진=평창군
4억 년의 시간을 걷는 곳, 평창 광천선굴

자연 동굴 특유의 원시적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면 강원도 평창군의 ‘광천선굴 어드벤처 테마파크’를 추천한다. 2022년 말 일반에 공개된 이 동굴은 약 4억 년 전 석회암 지형이 만들어낸 천연 동굴로, 총길이 850m 규모다. 내부는 평지와 데크로 조성돼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으며, 석순과 종유석, 지하수가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공간이 이어진다. 운이 좋다면 멸종위기종인 붉은박쥐나 토끼박쥐를 직접 관찰할 수도 있다. 동굴 탐험을 마친 뒤에는 인근 ‘땀띠공원’에서 차가운 용천수 족욕 체험을 즐기며 여행의 피로를 풀어보자.
사진=평창군
동굴 여행과 자연을 함께, 청옥산과 발왕산

동굴 여행만으로 아쉽다면, 동굴 탐험 후 가까운 청옥산·발왕산에서 단풍과 자연을 만나는 일정도 추천한다. 동굴 속 서늘함과 가을 산의 풍광을 하루에 함께 즐길 수 있어 이색적인 ‘1박2일 코스’가 된다.

동굴 여행과 함께 가을 산의 매력을 즐기고 싶다면 해발 1000m가 넘는 청옥산과 발왕산으로 향해보자. 평창과 정선을 아우르는 청옥산 정상의 ‘육백마지기’는 가을이면 샤스타데이지와 억새꽃이 어우러진 절경을 선사한다. 주변 풍력발전기와 함께 탁 트인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도 좋고, 일몰 후엔 별빛 산책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발왕산 정상의 ‘기(氣) 스카이워크’는 유리바닥을 통해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 짜릿한 경험을 제공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오르면 대관령과 강릉 해변까지 이어지는 가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단풍 명소와 산책길이 익숙하다면, 이번 가을엔 색다른 모험이 기다리는 동굴 여행으로 눈을 돌려보자. 차가운 공기와 비밀스러운 공간, 그리고 계절의 풍경이 어우러진 K-동굴 여행은 올가을을 오래 기억에 남을 특별한 시간으로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