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혹은 부모님 모시고 가기 좋은 ‘차로 오르는 산’ 드라이브 코스.

땀 흘리지 않고 즐기는 ‘정상 플렉스’,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단 100m 코스도.

상쾌한 공기와 탁 트인 풍경. 누구나 등산을 꿈꾸지만, 막상 가파른 길을 오를 생각을 하면 현기증부터 난다. 특히 어린아이나 거동이 불편한 부모님과 함께라면 산 정상의 풍경은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하지만 여기, 등산 스틱이나 값비싼 등산복이 필요 없는 곳들이 있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자동차로 편안하게 정상 부근까지 올라, 최소한의 걸음으로 최고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정상 드라이브’ 명소 4곳을 소개한다.

해발 1134m 정상에서 ‘운해’를… 경남 합천 오도산

경남 합천 오도산 전망대 / 한국관광공사
해발 1,134m. 이름만 들어도 아찔한 고산이지만, 이곳은 정상 바로 아래까지 차량 접근이 가능하다. 내비게이션에 ‘KT오도산 중계소’ 혹은 ‘오도산 전망대’를 입력하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면, 정상 부근 주차장에 닿는다.

오도산의 백미는 단연 ‘운해(雲海)’다. 이른 새벽 주차장에 차를 대고 몇 걸음만 옮기면, 발아래로 구름바다가 장대하게 펼쳐지는 비현실적인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붉게 타오르는 일출과 함께 감상하는 운해는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안겨준다.

고산인 만큼 기온 차가 크므로, 한여름이라도 얇은 바람막이나 겉옷을 챙기는 것이 좋다.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다소 좁고 경사가 있으니 운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별 보러 갈래?’ 구름 위 산책, 강릉 안반데기

강릉 안반데기 / 한국관광공사
엄밀히 말해 ‘산 정상’은 아니지만, 정상 못지않은 감동을 주는 곳이다. 강원 강릉시에 위치한 안반데기는 해발 1,100m에 위치한 고랭지 배추밭으로 ‘구름 위의 땅’이라 불린다.

끝없이 펼쳐진 배추밭과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차량으로 고원지대 곳곳을 누빌 수 있으며, 포장도로가 잘 되어 있어 운전 부담도 적다.

특히 이곳은 국내 최고의 별 관측 명소로 꼽힌다. 쏟아질 듯한 밤하늘의 별을 감상하기 위해 늦은 밤에도 많은 이들이 찾는다. 밤이나 이른 아침에는 기온이 크게 떨어지므로 아이와 함께라면 담요나 두꺼운 겉옷은 필수다. 최근 일부 전망대가 철거되었다는 소식이 있으니 방문 전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서해 노을이 한눈에… 충남 홍성 백월산

충남 홍성 백월산 / 홍성군 블로그
아이와 함께 가장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충남 홍성의 백월산이 제격이다. 해발 394m로 비교적 낮은 산이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기대 이상이다.

내비게이션에 ‘엘림가든’을 검색한 뒤 이정표를 따라 올라가면 정상 바로 근처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정상까지 거리는 불과 100m 남짓. 유모차를 끌고도 오를 수 있을 만큼 길이 평탄하다.

정상에 서면 홍성 시내와 드넓은 평야가 한눈에 들어오며,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서해 천수만까지 조망할 수 있다. 특히 해 질 녘 서해를 붉게 물들이는 일몰 풍경이 압권이다. 주차장이 협소한 편이라 주말에는 서두르는 것이 좋다.

구불구불 ‘44고개’ 짜릿한 운전, 포천 수원산

포천 수원산 전망대 / 한국관광공사
경기 포천의 수원산(해발 709m)은 정상까지 직접 차를 몰고 오르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다. 이곳은 일명 ‘44고개’라 불리는 험준한 와인딩 코스로 유명해 드라이브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차량으로 산 중턱의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으며, 이곳에 주차하고 주변 풍경을 감상하기 좋다. 만약 약간의 등산을 더 하고 싶다면, 전망대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약 45분(2.6km) 정도의 짧은 산행을 즐길 수도 있다.

드라이브 코스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있는 곳이지만, 구불구불한 도로 특성상 아이가 멀미를 할 수 있으니 천천히 운전하는 것이 좋다.

한 여행 전문가는 “차량 접근이 쉬운 산일수록 정상 부근 도로는 좁고 가파른 경우가 많아 서행과 방어 운전이 필수”라며 “방문 전 기상 상황과 특히 동절기 도로 통제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