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몰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주말에도 안 붐비는 여행지

주말만 되면 어딜 가도 붐비는 게 당연한데, 2월에는 ‘이상하게 한산한 곳’이 있다. 비밀은 유명세가 아니라 구조다. 동선이 길어 사람이 흩어지고, 공간이 넓어 밀집이 어렵고, 무엇보다 예약이나 티켓 없이 들어가 ‘잠깐 들렀다 가는’ 여행이 가능하다는 점. 최근 새로 개방되거나무료 개방 범위를 넓힌 곳들, 그리고 겨울 비수기에도 풍경이 살아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주말 소확행·데이트’에 딱 맞는 전국 여행지를 골랐다.
사진=충청남도, 서산시
새로 열려 더 한적하다… ‘신상’ 무료 산책로

충남 서산의 ‘한우목장 웰빙산책로’는 ‘주말인데도 덜 붐비는’ 조건을 두루 갖춘 곳이다. 2024년 12월 일반에 개방된 비교적 새로운 산책로라 아직 대중적인 혼잡이 덜하고, 무엇보다 데크길이 길게 이어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분산된다. 초지 위로 완만하게 뻗은 무장애 데크길은 걷는 난도도 낮아 커플 데이트는 물론 가족 나들이에도 부담이 적다. 산책로 중간중간 초원 뷰가 열려 사진 포인트도 충분하지만, ‘포토존 대기줄’이 길게 생기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 장점이다.

비슷한 결의 ‘한적함’을 원한다면, 강원 고성의 마산봉(고성 8경)도 눈여겨볼 만하다. 설악산·금강산을 잇는 산줄기에 위치한 마산봉은 겨울 설경으로 알려져 있지만, 스키장처럼 특정 시간대에 몰리지 않고 각자 속도로 걷는 형태라 체류 밀도가 낮다. 탐조 데크와 산책로 중심의 코스는 ‘등산’보다는 ‘가벼운 겨울 걷기’에 가깝고, 조망이 열리는 지점이 여러 곳이라 인파가 한 지점에 몰리지 않는다.
사진=하동군 송림공원
동선이 길어 흩어진다… 숲·바다 ‘긴 산책’ 코스

충남 서천의 장항 송림산림욕장은 겨울 주말에도 비교적 여유를 찾기 좋은 곳이다. 바닷가 소나무숲이라는 공간 자체가 넓고, 숲길과 해변, 주변 산책로로 흐름이 분산된다. 무엇보다 ‘오래 머물러야만 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산책하며 바람 쐬고 잠깐 쉬었다 이동하는 일정이 가능해 방문객이 한 지점에 고이지 않는다. 연인이라면 바다 쪽으로 트인 구간에서 ‘걮信’한 뒤, 숲 쪽으로 들어가 바람을 피하는 식으로 코스를 바꿔도 좋다.

경남 하동의 송림공원도 같은 이유로 ‘주말인데도 덜 붐비는 편’에 속한다. 공원 자체가 길게 펼쳐진 숲 형태라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도 밀집도가 낮고, 목적지가 하나로 고정되지 않아 동선이 자연스럽게 흩어진다. 겨울에는 물놀이 같은 계절성 이벤트가 없어 오히려 산책 중심의 조용한 분위기가 살아난다.
사진=계룡산 신원사
‘도시인데 조용’ 무료 개방이 만든 분산 효과

경주에서는 도심 여행인데도 의외로 ‘줄을 덜 서는’ 구간이 있다. 대릉원 담장을 철거해 무료로 개방한 구간이 생기면서, 황리단길과 핵심 유적지 사이 이동이 한층 자연스러워졌다. 유료 관람지 한 곳에 ‘대기’가 몰리는 방식이 아니라, 길을 걷듯 유적지 주변을 흘러가며 즐기는 구조로 바뀐 셈이다. 커플이라면 황리단길에서 카페 한 번, 유적지 주변 산책 한 번, 기념사진 한 번 정도로 ‘짧고 느슨한 일정’이 가능해 2월 주말 소확행에 특히 잘 맞는다.

충남 공주의 계룡산 신원사도 ‘조용한 산사 산책’이라는 대안이 된다. 입장료가 무료라 계획 없이 들르기 좋고, 사찰 경내를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겨울 산행 분위기를 가볍게 맛볼 수 있다. 목적지가 딱 하나인 관광지가 아니라, 걷는 속도와 동선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공간이라 주말에도 체감 혼잡도가 낮은 편이다.

주말에도 안 붐비는 이유?

‘주말인데도 이상하게 안 붐빈다’는 말은 운이 아니라 조건에서 나온다. 새로 개방돼 아직 덜 알려졌거나, 공간이 넓어 사람을 흩어지게 만들거나, 동선이 길어 체류가 분산되는 곳들이다. 무엇보다 예약·입장료 부담이 적으면 방문객이 한꺼번에 몰려 ‘손해 보지 않으려’ 오래 머무르는 패턴이 줄어든다.

2월은 겨울의 끝자락이자 여행의 비수기다. 붐비는 곳에서 ‘견디는 여행’ 대신, 한적한 길에서 ‘회복하는 여행’이 어울리는 때다. 멀리 떠나기 부담스러운 주말이라면,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이유 있는 한산함’을 찾아 조용한 데이트와 소확행을 즐겨보자.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