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부터 딱 한 달, 국보와 보물 사이를 붉게 물들이는 ‘여름꽃’의 정체
한국 3대 사찰로 꼽히지만 석탑, 석등, 풍경이 없는 ‘삼무(三無)’의 비밀
전라남도 순천에 위치한 송광사가 바로 그곳이다. 이곳은 `무료 개방`이라는 파격적인 혜택과 더불어, 여름 한철에만 볼 수 있는 붉은 `배롱나무` 꽃, 그리고 80여 동에 달하는 웅장한 `전각`으로 여행객들을 불러 모은다.
매년 7월 중순이 되면 사찰 경내는 전혀 다른 풍경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한다.
순천시 송광면 조계산 자락에 자리한 송광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본사다. 한국 3대 사찰 중 하나로 꼽힐 만큼 그 역사와 규모를 자랑하지만, 방문객에게 금전적 부담을 일절 지우지 않는다. 사찰 입구부터 주차장까지 모든 공간이 무료로 열려있다.
이러한 운영 방침 덕분에 방문객들은 오롯이 사찰의 풍경과 역사에만 집중할 수 있다. 특히 여름철 송광사를 반드시 찾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배롱나무다.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약 한 달간, 붉은 꽃송이들이 고즈넉한 사찰 곳곳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주요 관람 포인트는 사천왕문과 종고루 사이, 대웅전 마당 양쪽, 그리고 감로탑 주변이다. 짙은 녹음과 고풍스러운 목조 건물 사이로 선명한 붉은빛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무료 개방에도 품격은 그대로 남았다
비용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볼거리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송광사는 혜린선사가 창건한 길상사에서 출발해, 보조국사 지눌이 정혜결사를 옮겨오며 한국 불교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무려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승보사찰(僧寶寺刹)로서의 위상이 대단하다.경내에는 국보 3점과 보물 13점을 포함해 총 27점의 주요 문화유산이 보존돼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순천 송광사 천자암 쌍향수’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80여 동의 크고 작은 전각들을 천천히 거닐다 보면 시간의 흐름을 잊게 된다.
오히려 ‘없는 것’이 더 특별했던 이유
송광사의 또 다른 특징은 ‘삼무삼다(三無三多)’에서 찾을 수 있다. 다른 대형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석탑과 석등, 그리고 처마 끝에 달린 풍경이 없어 ‘삼무’라 불린다. 이 때문에 어떤 이들은 어딘가 허전하다고 느끼기도 한다.하지만 그 빈자리는 다른 것들로 채워진다. 수많은 전각과 역대 고승들의 진영, 그리고 풍부한 불교문화재가 많아 ‘삼다’로 불리는 배경이다. 일부러 비워낸 듯한 공간의 미학은 방문객에게 더 깊은 사색의 시간을 안겨준다.
송광사 관람 시간은 하절기(4~10월) 기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만약 7월 말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비용 부담 없이 한국의 미와 자연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이곳을 일정에 추가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