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 명소로만 알았던 저수지의 반전 매력

성인 걸음으로 1시간이면 충분, 뜨거운 햇살 완벽 차단하는 녹음길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 사진=괴산군 공식블로그 윤은정


가을이면 노란 은행잎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는 곳이 있다. 하지만 이곳의 진정한 매력은 오히려 한여름에 드러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가을 명소라는 고정관념이 만든 의외의 한적함이 바로 그 이유다.

핵심은 ‘반전’과 ‘녹음 터널’, 그리고 ‘무료’라는 세 가지 키워드에 있다. 이 조합이 어떻게 한여름의 완벽한 휴식처를 만들어내는지 그 배경이 흥미롭다. 익숙한 장소에서 발견하는 낯선 풍경은 그렇게 시작된다.

300그루 은행나무가 만든 녹음 터널의 정체

괴산 문광저수지 모습 / 사진=괴산군 공식블로그 윤은정


충북 괴산군 문광면에 자리한 문광저수지는 1978년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듬해 양곡리 주민들이 기증한 300여 그루의 은행나무 묘목이 저수지 둑을 따라 심어졌다. 4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나무들은 거대한 아치를 이뤄 2km에 달하는 길을 초록빛 터널로 만들었다.

한낮의 뜨거운 햇살도 이 빽빽한 나뭇잎을 뚫고 들어오기 어렵다. 그 덕에 터널 안은 서늘한 그늘이 유지되고, 저수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더해져 걷는 내내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 성인 걸음으로 약 1시간이면 완주할 수 있는 평탄한 길이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찾는다.

입장료도 주차비도 없는 진짜 휴식 공간

괴산 문광저수지 / 사진=괴산군 공식블로그 윤은정


이곳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별도의 비용 부담이 없다는 점이다. 저수지 입구에 마련된 주차장은 물론, 잘 관리된 둘레길 전체를 이용하는 데 드는 입장료는 없다. ‘이 정도 풍경이면 돈을 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만큼 관리가 잘 되어있다.

산책로 곳곳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벤치와 전통미를 담은 양곡정 정자가 마련돼 있다. 특히 수면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대형 액자 포토존과 흔들의자는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20만㎡에 달하는 넓은 수면을 바라보며 앉아 있으면 복잡했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문광저수지는 가을 단풍이라는 화려한 명성에 가려졌던 여름의 보석 같은 장소다. 북적이는 유명 피서지를 벗어나 고요한 자연 속에서 온전한 휴식을 원한다면 이곳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유색벼 논그림 모습 / 사진=괴산군청


인근에는 괴산소금랜드, 유기농엑스포광장 등 함께 둘러볼 만한 곳도 있어 당일치기 여행 코스로도 손색없다. 연중무휴로 개방되니 언제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볼 만하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