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수위 조절로 유람선은 멈췄지만, 발길은 끊이지 않는 괴산 산막이옛길.

조선 유학자의 흔적을 따라 걷는 4km 수변 트레킹 코스의 숨은 매력.

괴산 산막이옛길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충북 괴산 산막이옛길의 유람선 운항이 멈췄다. 댐 수위 조절에 따른 조치로, 뱃길은 오는 9월 20일까지 열리지 않는다. 여름 휴가철 호수 위 풍경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아쉬운 소식이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예상과 사뭇 다르다. 배가 뜨지 않음에도 주차장은 주말이면 여전히 붐빈다. 방문객들은 뱃놀이 대신 다른 무언가를 찾아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들이 발견한 것은 입장료 없이 4km에 달하는 호숫가 산책로다. 유람선이 멈춘 자리에 오히려 숨겨진 가치가 드러나는 상황이다.

괴산 산막이옛길 선착장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유람선 멈추자 진짜 매력이 드러났다

유람선이 멈춘 호수는 고요했지만, 그 옆을 지키는 숲길은 활기를 띠었다. 이곳은 과거 사오랑마을과 산막이마을을 잇던 옛길을 친환경 나무 데크 산책로로 복원한 곳이다. 괴산호의 풍광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이 일품이다.

무엇보다 입장료가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중소형차 기준 3,000원의 주차 요금만 내면 된다. 커피 한 잔 값으로 하루 종일 자연을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부고속도로 증평IC에서도 차량으로 20분 거리라 접근성도 좋다.

괴산 산막이옛길 모습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돈 내고 볼 뻔한 절경을 공짜로 만나는 길

원래 유람선을 타야만 제대로 볼 수 있었던 풍경 일부가 이제는 두 발로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대상이 됐다. 차돌바위와 산막이 선착장을 잇는 1구간 유람선 비용은 성인 5,000원이지만, 걸으면 이 비용 없이 호수와 숲이 만든 경치를 즐긴다.

산책로는 대부분 그늘길로 조성되어 있다. 편도 약 1시간이 소요되는 코스를 걷는 동안 한여름 무더위도 잠시 잊게 된다. 댐 건설로 고립됐던 마을의 옛 정취가 길 곳곳에 남아있다.

괴산 산막이옛길 유람선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조선 유학자의 고독이 서린 인문학 산책

산책로의 끝자락에 위치한 산막이마을은 단순한 종착점이 아니다. 이곳에는 조선 시대 유학자 노수신 선생이 유배 생활을 했던 ‘노수신 적소’ 유적지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1987년 충청북도 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호젓한 풍경을 벗 삼아 걸으며 옛 선비가 머물던 고즈넉한 공간과 마주하는 경험은 이 길의 또 다른 가치다. 자연 감상을 넘어 인문학적 깊이를 더하는 산책이 완성된다.

현장 상황은 유동적일 수 있으니 방문 전 운항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산막이옛길 영농조합이나 대운선박을 통해 실시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뱃길이 닫혀 있든 열려 있든, 걷기 좋은 4km의 코스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발걸음을 기다린다.
괴산 산막이옛길 풍경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