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장 허가 없인 절대 출입 불가, 1962년 첫 천연기념물이 된 배경

한반도 식물학 통설 뒤집은 결정적 증거, 절벽 밑에서만 봐야 하는 풍경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 / 사진=대구관광B2B정보교류사이트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1호는 의외의 장소에 있다. 대구 달성군 도동, 깎아지른 절벽에 500년 넘는 세월을 뿌리내린 측백나무 숲이 그 주인공이다.

이곳은 국가유산청장의 허가 없이는 한 발짝도 들여놓을 수 없는 엄격한 통제 구역이다. 단순한 경관 보존을 넘어, 철저한 통제가 역설적으로 이 숲의 가치를 지켜낸 배경에는 한반도 식물학 역사를 바꾼 이야기가 숨어있다.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 풍경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통설을 뒤집은 500년 자생의 증거

1900년대 초반 학계에서는 한반도에 측백나무가 자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로 통했다. 중국에서 들여와 심은 나무로만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대구 도동을 포함해 단양과 안동 등지에서 자생림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이 통념은 깨졌다. 이 숲의 존재 자체가 학술적 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결정적 증거가 된 셈이다.

조선 시대 학자 서거정이 대구의 아름다운 풍경 10가지를 꼽은 ‘대구십영(大邱十詠)’ 중 하나인 ‘북벽향림(北壁香林)’이 바로 이곳을 가리킨다. 이는 숲의 역사적, 문학적 가치가 이미 오래전부터 인정받았음을 보여준다.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 전망대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출입은 막아도 가치는 막을 수 없었다

이 숲은 1962년 12월 7일, ‘달성의 측백수림’이라는 이름으로 천연기념물 제1호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이후 국가유산청장의 사전 허가 없이는 일반인 진입이 전면 차단되는 등 체계적인 관리가 이어지고 있다.

총면적 35,603㎡에 달하는 거대한 절벽에는 높이 5~7m 크기의 측백나무가 순림을 이루고 있다. 2016년 정밀 조사에서는 성목 1,232개와 어린 나무인 치수 191개를 포함, 총 1,423개의 개체가 확인될 만큼 안정적인 생태계를 유지 중이다.
도동 측백나무 숲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지역 사회는 2007년부터 매년 숲의 보존을 기원하는 제를 올리며 그 의미를 되새긴다. 비록 안으로 들어갈 순 없지만, 이러한 노력이 숲의 가치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멀리서나마 이런 귀한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방문객의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일반 관람객은 출입 제한의 아쉬움을 절벽 아래에서 달랠 수 있다. 내부를 직접 거닐 수는 없지만, 벼랑 끝에 뿌리내린 500년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다.

별도의 입장료나 주차료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접근성도 좋다. 만약 대구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잠시 시간을 내어 교과서에서만 보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직접 마주하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