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 왕버들 아래 펼쳐지는 보랏빛 장관, 그 시작은 풍수지리였다

입장료·주차비 모두 무료… 밤 10시까지 야간 조명 밝히는 도심 쉼터

성밖숲 풍경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500년 수령의 숲은 보통 엄격한 통제 속에 있다. 하지만 경북 성주에 위치한 한 숲은 이런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다. 24시간 개방된 공원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다.

특히 8월이 되면 왕버들 고목 아래로 보랏빛 맥문동이 끝없이 펼쳐지며 장관을 이룬다. 조선시대 풍수지리 사상에서 비롯된 이 숲이 오늘날 많은 이들의 발길을 끄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숨어있다.
성밖숲 왕버들나무 / 사진=성주문화관광

500년 왕버들은 어쩌다 맥문동을 품었나

성주 경산리 성밖숲은 이름 그대로 성주읍성 서문 밖에 조성된 숲에서 유래했다. 시작은 조선 중기, 마을의 재앙을 막고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만든 비보림(裨補林)이었다.

초기에는 밤나무가 심겼으나 임진왜란 이후 왕버들로 수종이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현재 숲에는 수령 300년에서 500년에 이르는 왕버들 57그루가 자생한다. 이 고목들 아래 보랏빛 맥문동이 식재된 것은 단순한 조경 목적을 넘어서는 배경이 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맥문동은 최대 높이 20m에 이르는 거대한 왕버들의 뿌리를 보호하고 토양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심어졌다. 생태적 필요가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 셈이다.
성밖숲 모습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입장료도 주차비도 없는 도심 속 휴식처

성밖숲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접근성이다. 연중무휴 24시간 개방되며 입장료가 없다.

숲 바로 맞은편에 넓은 공영주차장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방문객의 부담을 덜어준다.

내부에는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산책로와 잔디밭이 잘 조성되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 마치 내 집 앞 공원처럼 편안하게 500년 역사의 숲을 거닐 수 있는 것이다.
해가 지면 밤 10시까지 야간 조명이 켜져 낮과는 또 다른 운치를 자아낸다.
성밖숲 산책로 / 사진=성주문화관광
8월과 9월 사이, 왕버들 아래 만개한 맥문동 군락은 이 계절에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역사와 생태, 그리고 시민의 휴식이 공존하는 공간의 가치를 보여준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