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국내여행 어디 갈까
AI가 추천한 덜 붐비는 여행 코스
추석 연휴 여행은 출발할 때만 설렌다는 말이 있다. 새벽부터 차를 끌고 나왔는데 고속도로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어렵게 도착한 관광지는 주차장 입구부터 막힌다. 맛집 대기표를 받고 카페까지 들렀더니 어느새 하루가 끝난다. 올해 추석 연휴는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 짧은 연휴에는 “어디를 갈까”보다 “어디를 피해야 덜 지칠까”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실제 여행객의 관심도 이미 인기 지역으로 쏠리고 있다. 아고다가 올해 5월부터 8월 중순까지 추석 연휴 숙소 검색을 분석한 결과 국내 여행지 검색량은 연휴 2주 전보다 160% 증가했다. 가장 많이 검색된 곳은 제주였고 부산·서울·속초·경주가 뒤를 이었다. 특히 속초는 검색량이 324% 급증했다. 이를 토대로 AI에 인기 여행지와 이동 동선 등을 함께 놓고 물어보니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유명 관광지를 무조건 포기하기보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서 한 발짝 옆으로 움직이라’는 것이다.
올해 추석 숙소 검색 1위는 제주다. 제주 숙소 검색량은 131% 늘었다. 비행기를 타야 하는 데다 도착해서도 렌터카 등으로 이동해야 하는 만큼 나흘 연휴에 체감하는 이동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속초도 눈여겨볼 지역이다. 국내 여행지 검색 순위 4위인데 검색량 증가폭은 무려 324%로 상위 5개 지역 가운데 가장 컸다. 설악산과 속초해수욕장, 영랑호, 속초관광수산시장 등 산·바다·먹거리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여행객의 관심도 높다는 의미다.
바다가 목적이라면 속초 바로 위 고성으로 방향을 틀어볼 만하다. 화진포와 송지호, 아야진해변, 청간정 등 동해의 매력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속초의 유명 관광지를 모두 찍는 대신 고성 해안도로를 따라 움직이는 식이다. 꼭 속초를 가야 한다면 오전에 핵심 관광지를 먼저 둘러본 뒤 오후에 고성 쪽으로 빠지는 방법도 있다.
부산과 경주도 이번 추석 숙소 검색 상위 5곳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부산은 해운대와 광안리, 흰여울문화마을 등 유명 장소가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고, 경주는 대릉원·황리단길·동궁과 월지 등 인기 관광지가 많다.
문제는 욕심이다. 부산에 갔으니 해운대도 보고 광안리도 가고 흰여울문화마을까지 찍겠다는 식으로 일정을 짜면 관광보다 이동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경주 역시 황리단길에서 밥을 먹고 대릉원과 첨성대를 본 뒤 차를 타고 다른 관광지까지 이동하는 일정을 빽빽하게 잡으면 주차와 대기 시간이 부담이 된다.
AI가 제안하는 방법은 ‘하루 한 구역’이다. 부산이라면 해운대 또는 광안리를 중심으로 하루를 보내고, 경주는 황리단길·대릉원·첨성대처럼 걸어서 연결할 수 있는 장소를 한 코스로 묶는 것이다.
아예 다른 도시를 찾는다면 경주의 대안으로 안동도 고려할 수 있다.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월영교 등 전통적인 분위기를 즐길 장소가 많다. 신라의 경주 대신 조선의 안동으로 방향만 살짝 바꾸는 셈이다.
그렇다면 유명 관광지만 피하면 한적할까. 올해 데이터에서는 이것도 정답이 아니다. 검색 증가율만 따지면 거제가 무려 556%로 가장 높았고 통영 522%, 평창 458%, 홍천 419%, 여수 384% 순으로 나타났다. 태안과 남해도 각각 351% 증가했다.
평소 ‘사람 없는 여행지’로 생각했던 지역까지 관심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거제와 통영을 “부산보다 덜 붐비겠지”라고 생각하고 무작정 대안으로 잡았다가는 예상보다 많은 여행객을 만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도시 하나를 통째로 대체하기보다 유명 관광지에서 20~30분 떨어진 곳을 함께 찾아보는 방법이 낫다. 시장이나 유명 카페처럼 특정 시간대 사람이 몰리는 장소는 아침에 먼저 보고, 오후에는 해변이나 산책로처럼 공간이 넓은 장소로 이동하는 식이다.
물론 숙소 검색량이 많다고 실제 관광객이 반드시 그만큼 몰린다는 뜻은 아니다. 검색만 하고 예약하지 않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속초는 붐비고 고성은 한가하다”처럼 단정해서는 안 된다.
대신 올해 추석 여행 수요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활용할 수 있다. 제주·부산·서울·속초·경주처럼 검색량 자체가 많은 곳뿐 아니라 거제·통영·평창처럼 검색량이 빠르게 증가한 지역까지 미리 확인하고 여행 시간과 동선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결국 AI가 피하라고 한 것은 제주도, 속초도, 부산도 아니다. ‘남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곳을 남들과 똑같은 시간에 가는 여행’에 가깝다. 속초 대신 고성으로 30분 더 올라가고, 경주에 가더라도 관광지 다섯 곳 대신 걸어서 갈 수 있는 세 곳만 고르는 것. 이번 추석에는 유명 관광지 하나를 더 보는 것보다 주차장과 도로에서 보내는 한 시간을 줄이는 여행이 더 만족스러울 수 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