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유일의 축조 연대 확인된 가림성, 천연기념물 느티나무와 공존하는 특별한 사연

입장료·주차비 모두 공짜… 금강 하구까지 한눈에 조망하는 백제 시대 방어 요충지

사랑나무라 불리는 느티나무 / 사진=충남관광


충남 부여의 한 나지막한 산 정상에 자리한 백제 시대 산성. 이곳을 찾는 많은 이들의 발길은 거대한 느티나무 앞에서 먼저 멈춘다. 그런데 이 나무와 나무가 뿌리내린 성곽 모두가 각각 국가지정 문화재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기고 있다.

하나의 공간에 자리한 두 개의 국가지정 문화재. 성곽은 사적으로, 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국가의 보호를 받는 이곳에는 1500년이 넘는 역사가 얽혀있다.

백제 유일의 기록이 성의 가치를 입증한다

부여 가림성 모습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부여 가림성은 501년(동성왕 23년) 위사좌평 백가가 쌓았다는 명확한 기록이 남아있는 유적이다. 현존하는 백제 산성 중 축조 연대가 확정된 유일한 곳으로, 1963년 사적 제4호로 지정됐다. 산 정상을 감싼 성곽의 전체 둘레는 약 1,500m, 높이는 3~4m에 이른다.

성의 본래 이름은 ‘가림성’이었으나 오랫동안 성흥산성으로 불리다 2011년 본래 지명을 되찾았다. 험준한 지형 덕에 백제 부흥운동의 거점이 되기도 했던 이곳은 고대 토목 기술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역사 현장이다.

550년 세월을 견딘 나무는 또 다른 주인공이다

부여 가림성 성벽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성곽 정상부 서문 터 인근에는 압도적인 풍채의 느티나무가 서 있다. 2020년 기준 수령 약 550년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높이 22m, 가슴높이 둘레 5.4m의 거목이다. 2021년 8월, 그 자체의 역사적,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마치 문어발처럼 땅 위로 뿌리를 드러낸 독특한 모습은 오랜 세월 거센 바람을 이겨내기 위한 생존 방식이다. 이 나무가 있는 성흥루에 오르면 논산, 강경, 익산 일대는 물론 금강 하류까지 막힘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은 임천면 공용주차장에서 200m 남짓한 숲길만 오르면 되기에 가벼운 산책 삼아 찾기에도 부담이 없다. 가림성에서 차로 멀지 않은 곳에는 보물로 지정된 높이 10m의 석조미륵보살입상이 있는 대조사도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부여 가림성 / 사진=충남관광


유적지는 연중무휴 상시 개방되며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다. 역사 탐방과 함께 탁 트인 풍경을 즐기고 싶다면 한 번쯤 방문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부여 가림성 조망 / 사진=충남관광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