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 0원인데 물범을 눈앞에서 본다
캘리포니아의 특별한 해변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넓은 모래사장에 커다란 동물들이 줄지어 누워 있고, 일부는 몸을 뒤척이며 모래를 뿌린다. 얼핏 보면 바다코끼리처럼 생겼지만 정체는 코끼리물범이다.

동물원도 수족관도 아닌 야생 해변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특히 11월에는 어린 물범들이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월말부터는 거대한 수컷들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평범한 해안도로 여행이 특별해지는 순간이다.
사진=캘리포니아주, 생성형 이미지
■ 해변을 가득 채우는 거대한 동물의 정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시미언 인근에는 피에드라스 블랑카스 코끼리물범 서식지가 있다.

태평양을 따라 이어지는 1번 해안도로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야생동물 관찰 명소다.

이곳에 사는 북방코끼리물범은 이름처럼 코끼리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코가 특징이다.

특히 성체 수컷은 몸길이가 약 4~5m에 이르고, 몸무게는 2톤을 넘기도 한다.

거대한 몸집 때문에 모래사장에서 움직이는 모습은 다소 느리고 어색해 보인다.

하지만 바다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치고 깊이 잠수하는 해양 포유류다.

캘리포니아 관광청은 이 해안에 약 1만7000마리의 코끼리물범이 모이는 서식지가 형성돼 있다고 소개한다.

다만 이 숫자가 매일 동시에 해변에 누워 있는 개체 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방문 시기에 따라 관찰할 수 있는 물범의 수와 종류가 크게 달라진다.
사진 : 맥주 계란조림 / 생성형 이미지
■ 11월에는 어린 물범, 겨울에는 거대한 수컷

피에드라스 블랑카스는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현지 보호단체 ‘프렌즈 오브 디 엘리펀트 실’에 따르면 9월부터 11월까지는 어린 코끼리물범들이 해변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는 시기다.

이들은 바다에서 먹이를 찾아 이동한 뒤 모래사장에서 쉬며 에너지를 회복한다.

11월 말부터는 성체 수컷들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수컷들은 해변에서 자신이 차지할 영역을 정하고, 다른 수컷과 경쟁하기도 한다.

때로는 커다란 몸을 일으켜 서로를 위협하거나 큰 소리를 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암컷들은 주로 12월부터 도착하기 시작하며, 새끼가 태어나는 시기는 겨울철이다.

따라서 11월 초에 방문해 거대한 수컷들의 대규모 싸움이나 새끼 출산 장면을 기대하는 것은 이르다.

오히려 어린 물범들이 모래사장에서 휴식하는 모습을 관찰하기 좋은 시기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 입장료 없이 만나는 야생동물의 세계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관찰에 별도의 입장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보호단체 안내에 따르면 전망 구역은 연중 개방되며, 예약도 필요하지 않다.

방문객은 해변 위쪽에 마련된 관찰 구역에서 물범들의 움직임을 바라볼 수 있다.

가까운 거리에서 야생동물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해변으로 내려가 물범에게 접근하거나 만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코끼리물범은 커다란 몸집과 강한 힘을 지닌 야생동물이다.

평화롭게 누워 있는 것처럼 보여도 갑자기 움직이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져 움직이게 하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전망 구역에는 방문객을 돕는 안내 자원봉사자가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동물들의 행동이 궁금하다면 현장에서 설명을 들어보는 것도 좋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 해안도로 여행에 특별한 정거장 하나

피에드라스 블랑카스는 캘리포니아의 유명한 해안도로 여행과 연결하기 좋다.

인근에는 허스트 캐슬과 샌시미언 해안, 태평양을 바라보는 전망 지점들이 있다.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다 잠시 멈춰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일정으로 구성할 수 있다.

다만 전망 구역에는 화장실이 없고 대중교통 접근도 제한적이므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해안은 바람이 강하고 날씨가 빠르게 변할 수 있어 겉옷도 챙기는 편이 안전하다.

야생동물은 정해진 시간에 등장하는 공연이 아니다.

어떤 날에는 해변이 물범으로 북적이고, 어떤 날에는 비교적 한산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거대한 동물들이 쉬는 모습을 바라보는 경험은 특별하다.

미국 서부 여행에서 해변은 보통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는 장소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이 해변에서는 사람이 아니라 코끼리물범이 주인공이다.

11월의 해안도로를 달린다면 잠시 차를 세워볼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