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한파? 이 차에겐 먼 나라 이야기... 압도적 상품성과 치밀한 전략의 완벽한 조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라는 혹한기를 보내는 동안, 홀로 뜨거운 질주를 벌이는 주인공이 있다. 현대자동차의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2월 출시 이후 불과 6개월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 1만 5,000대 고지를 넘어서며 시장의 모든 우려를 실력으로 잠재웠다. 이는 단순한 신차 효과를 넘어, 완벽한 상품성과 시장을 꿰뚫는 전략이 빚어낸 쾌거다.
현대 아이오닉 9 정면 (출처=현대차)
현대 아이오닉 9 정면 (출처=현대차)


아빠들의 ‘드림카’ 등극? 기본기부터 압도적

아이오닉 9의 성공 신화는 무엇보다 탄탄한 ‘기본기’에서 시작된다. 전장 5,060mm, 휠베이스 3,130mm에 달하는 거대한 덩치는 광활한 실내 공간을 선사하며 패밀리카를 찾는 아빠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크기만 한 거 아니야?’라는 의심은 성능 제원을 보면 사라진다.
현대 아이오닉 9 측면2 (출처=현대차)
현대 아이오닉 9 측면2 (출처=현대차)


SK온이 공급하는 110.3kWh 대용량 배터리를 품어 1회 충전만으로 최대 532km를 달린다.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불안하다’는 오랜 편견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답이다. 여기에 사륜구동 모델은 최고출력 422마력이라는 막강한 힘으로 거대한 차체를 경쾌하게 이끈다. ‘크고, 멀리 가고, 강력한’ 삼박자를 완벽하게 갖추며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기준을 훌륭하게 만족시켰다.

미국 시장 흔든 ‘패닉 바잉’, 기회를 잡았다

아이오닉 9의 놀라운 판매량 뒤에는 미국 시장의 정책 변화를 정확히 읽어낸 현대차의 날카로운 ‘전략’이 숨어있다. 글로벌 판매량 1만 4,391대 중 해외 판매가 9,646대로 국내(4,745대)를 두 배 이상 앞질렀다. 특히 격전지인 미국에서는 판매 개시 단 3개월 만에 2,000대 이상 팔려나갔다.

현대 아이오닉 9 측정면 (출처=현대차)
현대 아이오닉 9 측정면 (출처=현대차)
이는 향후 관세 인상과 전기차 보조금 축소를 우려한 현지 소비자들이 구매를 서두르는 ‘패닉 바잉’ 현상과 맞물렸다. 현대차는 이 절묘한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조지아주의 전기차 전용 공장(HMGMA)에서 생산한 물량을 적시에 공급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판매량으로 직결시키는 놀라운 기민함을 보여줬다.

성공의 열쇠 ‘SK온’, 환상의 짝꿍 되다

이 모든 성공 전략의 마지막 퍼즐은 바로 든든한 파트너, SK온과의 완벽한 시너지다. 아이오닉 9의 심장인 배터리는 SK온의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돼 곧바로 현대차 공장으로 공급된다. 이 ‘찰떡궁합’ 덕분에 현대차는 미국의 까다로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제를 넘어 세액공제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 됐다.
현대 아이오닉 9 (출처=현대차)
현대 아이오닉 9 (출처=현대차)
이는 완벽한 ‘윈윈(Win-Win)’ 구조다. 아이오닉 9 한 대가 팔릴 때마다 현대차는 판매 실적을 올리고, SK온은 배터리 매출과 함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까지 챙긴다. 양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35GWh 규모의 북미 합작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며 미래를 향한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고 있다.

아이오닉 9의 흥행은 잘 만든 차 한 대의 성공담을 넘어선다. 시장의 흐름을 예측하고, 최고의 상품성을 바탕으로, 핵심 파트너와 공급망 리스크까지 완벽하게 관리해낸 현대차그룹의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전기차 시장의 차가운 겨울 속에서, 아이오닉 9이 써 내려가는 성공 공식은 경쟁사들에게 가장 뜨거운 연구 과제가 될 것이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