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한미 동맹의 메시지를 담아 달린 거대한 존재감의 정체
세계의 눈이 쏠린 한미 정상회담장. 이곳으로 향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전차량 행렬 선두에 익숙한 세단이 아닌, 거대한 검은색 SUV가 위용을 드러냈다. 도로를 가득 채우는 존재감, 그 정체는 바로 미국 자동차의 자존심, 쉐보레 서버번이다. 이는 단순한 차량 선택을 넘어, 회담의 핵심 의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을 담은 고도의 외교적 제스처로 풀이된다.
쉐보레 서버번 (출처=쉐보레)
미국을 상징하는 아이콘, 그 자체를 타다
왜 수많은 명차들 가운데 서버번이었을까? 그 답은 이 차가 품고 있는 상징성에서 찾을 수 있다. 1935년, 자동차 역사의 여명기에 탄생해 무려 9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가장 오래된 SUV라는 타이틀을 지켜온 살아있는 전설. 서버번은 단순한 쇳덩어리가 아니라 미국의 성장과 역사를 함께 해온 상징적 아이콘 그 자체다.
쉐보레 서버번 측정면 (출처=쉐보레)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화두가 ‘한미 제조업 동맹’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이 선택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미국 제조업의 심장을 뛰게 한 역사적 모델에 직접 탑승함으로써, 한국이 미국 산업의 유산을 얼마나 존중하고, 또 함께 미래를 열어갈 최적의 파트너인지 말없이 증명해 보인 것이다.
움직이는 요새, 숫자가 증명하는 압도적 스펙
대통령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의전차량의 본분에도 이보다 더 충실할 수 없다. 말로만 듣던 압도적 크기는 숫자로 증명된다. 전장 약 5.7m, 전폭 2m가 넘는 거대한 차체와 3.3m에 달하는 휠베이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보장하며, 경호 인력과 장비를 싣고도 넉넉한 공간을 제공한다.
쉐보레 서버번 실내 (출처=쉐보레)
경쟁자를 압도하는 ‘진짜 혈통’
풀사이즈 SUV 시장에는 포드 익스페디션 맥스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같은 쟁쟁한 경쟁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의전차량의 세계에서 서버번이 가지는 위상은 독보적이다. 수십 년간 미국 대통령을 지키는 비밀경호국(SS)과 연방수사국(FBI) 등 최고 정보기관들이 한결같이 선택해 온 차량이기 때문이다.
쉐보레 서버번 측후면 (출처=쉐보레)
물론 1억 원을 훌쩍 넘는 가격과 도심에서는 부담스러운 연비는 분명한 단점이다. 하지만 국가 정상의 동선이라는 특수한 무대 위에서 이는 안전과 상징성을 위한 기회비용일 뿐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서버번 탑승은 차량 한 대로 외교적 메시지와 굳건한 동맹의 가치를 보여준, 영리하고 성공적인 한 수였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