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당 1900원 넘자 벌어진 역전 현상, 5년 총소유비용 따져보니…

중동 불안에 국제유가 150달러 전망까지, 연비가 자동차의 경쟁력이 된 시대.

싼타페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싼타페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따스한 봄기운이 완연한 3월, 나들이 계획을 세우는 운전자들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연일 치솟는 기름값 때문이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리터당 1900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많은 이들이 내연기관차 대신 하이브리드차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과연 이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높은 초기 비용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가 주목받는 이유를 ‘총소유비용’, ‘국제 정세’, 그리고 ‘소비자 인식’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짚어본다.

기름값 1900원 선, 역전된 경제성



최근 자동차 구매 플랫폼 ‘카랩’의 데이터는 이러한 변화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달 초 열흘간 집계된 신차 견적 요청에서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친환경차 비중이 처음으로 내연기관차를 앞질렀다. 과거 ‘찻값’만 보고 구매를 망설였다면, 이제는 ‘유지비’를 더 꼼꼼히 따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투싼 하이브리드 / 사진=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 / 사진=현대차


실제로 수치상으로도 경제성은 증명된다. 또 다른 플랫폼 ‘겟차’의 총소유비용(TCO) 분석에 따르면, 약 3400만 원대의 하이브리드 중형 세단과 2900만 원대의 내연기관 중형 세단을 5년간 운용할 경우,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900원을 넘어서는 순간 비용이 역전된다. 5년간의 총비용은 하이브리드 차량이 약 5102만 원, 내연기관 차량이 약 5148만 원으로 계산되어 하이브리드가 오히려 저렴해지는 결과가 나온다.

끝 모르는 유가 상승, 중동 리스크까지



이번 유가 급등은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는 이미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만약 호르무즈 해협이 막힐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2~3주의 시차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기름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다음 차는 무조건, 소비자 반응도 뜨겁다



이러한 상황은 소비자들의 인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각종 자동차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기름값 무서워서 다음 차는 무조건 하이브리드로 갑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바꿀 걸 그랬다”와 같은 반응이 쏟아진다. 더 이상 연비는 차량 선택의 부수적인 요소가 아닌, 가장 핵심적인 기준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고유가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탄탄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갖춘 현대차·기아 등 국내 브랜드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측한다. 전기차의 충전 인프라 부족과 비싼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연비가 곧 판매량으로 이어지는 시장 재편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