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매출 300조 원 돌파, 그러나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 미국 시장에서 벌어진 예상 밖의 상황.

올해부터 관세 부담 완화로 4조 원 이상 비용 절감 기대. 하이브리드 앞세워 반등 노린다.

기아 쏘렌토 / 사진=Kia
기아 쏘렌토 / 사진=Kia


현대차그룹이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300조 원 시대를 열었다. 기록적인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평가는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영업이익이 오히려 뒷걸음질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높은 관세 장벽, 예상 밖의 하이브리드 흥행, 그리고 미래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실적 뒤에 가려진 진짜 속사정은 무엇일까.

매출 300조의 그늘, 관세 장벽에 발목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합산 매출 약 302조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 성장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약 21조 5천억 원으로 20% 가까이 줄어들었다. 수익성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미국의 25%에 달하는 높은 관세가 지목된다.

현대차그룹은 관세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는 대신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전략을 택했다. 덕분에 미국 시장 점유율은 11.3%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수익성 하락이라는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많이 팔고도 덜 남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토요타 프리우스 / 온라인 커뮤니티
토요타 프리우스 / 온라인 커뮤니티




위기 속 기회, 하이브리드가 이끌다



침체된 수익성을 방어한 일등 공신은 하이브리드 차량이었다.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되고 충전 인프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하이브리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실제로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전년 대비 48.8% 급증한 33만여 대에 달했다. 특히 쏘렌토, 싼타페 등 SUV 중심의 고부가가치 모델 판매 비중이 늘면서 평균판매단가(ASP)를 높여 외형 성장을 견인했다.

4조원 절감 효과, 올해 반등을 기대하는 이유



올해부터는 분위기가 사뭇 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한미 협상 타결로 자동차 관세가 기존 25%에서 15%로 인하되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로 인해 연간 4조 4천억 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여기에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된 전기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본격적인 가동도 호재다. 현지 생산을 늘려 관세 부담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관세 인하 효과까지 더해지면 실적 개선의 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토요타와 정면 승부, 미래를 위한 투자



관세 부담을 덜어낸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기아는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를, 현대차는 투싼과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을 확장해 ‘하이브리드 강자’ 토요타와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다.

자동차 사업에서 확보한 실탄은 미래 신사업 투자로 이어진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5년간 AI 자율주행, 로봇공학 등 미래 분야에 50조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관세 부담 완화로 투자 여력이 늘어나는 만큼, 올해 실적 흐름이 그룹의 미래 성장 속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