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 LPG SUV로 시장 휩쓸더니…이제는 ‘재고 떨이’ 오명까지
10년 가까이 변하지 않은 디자인, 시대에 뒤처진 파워트레인이 발목 잡아

QM6 / 르노코리아
QM6 / 르노코리아




한때 국내 중형 SUV 시장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과시했던 르노코리아의 QM6가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국내 유일의 LPG SUV라는 독보적인 포지션으로 고유가 시대에 합리적인 대안으로 꼽히며 큰 인기를 누렸지만, 이제는 소비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모양새다.

출시 초기 실용성과 뛰어난 가성비를 앞세워 ‘아빠들의 패밀리카’로 불렸던 QM6.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 속에서 QM6는 제자리에 머물렀고, 이는 곧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졌다.

10년째 그대로 멈춘 시간



QM6 실내 / 르노코리아
QM6 실내 / 르노코리아




QM6가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는 ‘변화의 부재’다. 2016년 첫 출시 이후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완전한 세대교체 없이 부분 변경 모델만 수차례 내놨다. 경쟁 모델인 현대차 싼타페, 기아 쏘렌토 등이 세대를 거듭하며 디자인과 성능을 혁신하는 동안 QM6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SUV 시장의 디자인 트렌드가 미래지향적이고 과감하게 변하는 가운데, QM6의 익숙한 디자인은 신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전면부 그릴과 램프 등 소소한 변화만으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이브리드 대세 속 나홀로 LPG



파워트레인 구성 역시 QM6의 발목을 잡았다. 2020년대 들어 국내 자동차 시장은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재편됐다. 쏘렌토와 싼타페는 물론, 한 체급 아래인 스포티지와 투싼까지 하이브리드 모델을 주력으로 내세우며 높은 연비와 정숙성으로 시장을 장악했다.

반면 르노코리아는 여전히 자연흡기 가솔린과 LPG 엔진에 의존했다. QM6 LPe 모델은 저렴한 유지비라는 확실한 장점이 있지만, 하이브리드의 압도적인 효율성과 주행 성능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점은 판매량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QM6 실내 / 르노코리아
QM6 실내 / 르노코리아


아반떼 가격 파격 할인 그늘



최근 르노코리아는 대대적인 할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재고 모델에 한해 파격적인 할인을 적용, 준중형 세단인 아반떼와 비슷한 실구매 가격이 형성되기도 했다. 이러한 공격적인 프로모션은 단기적으로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준다.

‘재고 떨이’, ‘끝물 모델’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신차의 가치가 하락하고, 이는 결국 중고차 가격 방어 실패로 이어진다. 가격 외에는 뚜렷한 매력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는 QM6가 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실제 QM6 오너들 사이에서는 만족도 높은 평가도 나온다. LPG 엔진의 정숙한 주행감과 저렴한 유지비, 비교적 단순한 구조로 인한 낮은 잔고장률 등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이는 일부의 만족일 뿐, 전체 시장의 흐름을 되돌리기엔 힘이 부친다. 르노코리아는 전동화 전략이 적용된 후속 모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너무 늦어버린 변화가 시장에서 다시금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QM6 / 르노코리아
QM6 / 르노코리아


QM6 / 르노코리아
QM6 / 르노코리아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