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부활한 토요타의 전설적인 플래그십 세단
롤스로이스, 벤틀리가 경쟁 상대? 국산차 G90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랜저 1세대 / 현대자동차
토요타의 최상위 브랜드이자 일본을 대표하는 초고급 세단 ‘센추리’가 21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2018년 3세대 모델 공개 이후 7년 만의 부분변경 모델로, 단순한 신차 출시를 넘어 일본식 쇼퍼드리븐(Chauffeur-driven) 세단의 전통과 상징성을 고스란히 계승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특히 국내에서는 ‘각그랜저’로 불리던 현대자동차 1세대 그랜저의 향수를 자극하며, 제네시스 G90 오너들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각그랜저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 철학
센추리 / 토요타
센추리의 외관은 한눈에 봐도 오너가 직접 운전하기보다는 뒷좌석에 앉는 차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5미터가 넘는 압도적인 전장과 두꺼운 C필러, 군더더기 없는 직선 위주의 라인은 전형적인 의전 차량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는 화려함보다는 절제된 품격을 강조하는 센추리만의 디자인 철학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박스형 실루엣은 1980년대 국내 고급차 시장을 열었던 1세대 그랜저, ‘각그랜저’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당시 그랜저는 미쓰비시의 ‘데보네어’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센추리 역시 그 시절 일본 고급차 문화의 뿌리를 공유하고 있어 디자인적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시대를 초월해 무게감 있는 미학을 되살린 셈이다.
정숙함에 집중한 V8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센추리의 심장은 화려한 퍼포먼스와는 거리가 멀다. 파워트레인은 5.0리터 V8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e-CVT(전자식 무단변속기)로 구성된다. 이는 폭발적인 가속력보다는 뒷좌석 승객에게 최상의 안락함을 제공하기 위한 정숙성과 부드러운 주행 질감에 모든 초점을 맞춘 결과다.
실내는 간결하지만 최고급 소재를 사용해 품격을 높였다. 그러면서도 전방 충돌 방지, 교차로 대응, 예측 조향 및 제동 보조 등 최신 안전 주행 보조 시스템을 기본으로 탑재해 전통을 지키면서도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영리함을 보여준다.
그랜저 1세대 / 현대자동차
경쟁자는 롤스로이스, G90와 직접 비교
토요타가 센추리 세단의 글로벌 시장 출시를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면 대형 세단 수요가 높은 중국과 중동이 유력한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센추리 SUV 모델이 글로벌 시장에 먼저 진출한 것도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국내 시장에 한정 수입 형태로 들어올 경우, 경쟁 모델은 롤스로이스 팬텀과 고스트, 벤틀리 플라잉스퍼,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 등 세계 최고급 세단들이 될 것이다. 국산차 중에서는 단연 제네시스 G90, 특히 롱휠베이스 모델이 직접적인 비교 대상으로 거론된다. 최첨단 기술과 현대적인 디자인을 내세운 G90과, 전통과 장인정신을 강조하는 센추리의 대결은 초고급 세단 시장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센추리의 재등장은 단순히 하나의 모델이 추가된 것을 넘어, 브랜드의 상징성과 정체성을 지키며 진화하는 것이 어떤 가치를 갖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한정 생산’이라는 희소성과 ‘쇼퍼드리븐’ 철학을 바탕으로 센추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센추리 / 토요타
센추리 실내 / 토요타
그랜저 1세대 / 현대자동차
센추리 / 토요타
센추리 / 토요타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