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최대 자동차 시장 브라질에서 터진 ‘대이변’, 일본 도요타마저 눌렀다
철저한 현지화와 맞춤형 차종 투입이 성공 열쇠...친환경 투자로 미래 정조준

크레타 - 출처 : 현대자동차
크레타 - 출처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남미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히는 브라질에서 일본의 거대 기업 도요타를 제치고 아시아 완성차 업체 중 판매량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상이 세계 시장에서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브라질자동차유통연맹(Fenabrave)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브라질에서 승용차와 상용차를 포함해 총 18만 2948대를 판매했다. 이는 시장 점유율 8.02%에 해당하는 수치로, 피아트, 폭스바겐, GM에 이어 전체 브랜드 중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같은 기간, 오랜 기간 아시아 브랜드의 맹주로 군림해 온 도요타는 15만 8864대(점유율 6.96%)를 판매하는 데 그치며 5위로 밀려났다. 현대차가 무려 2만 4000대 이상 앞서며 확실한 우위를 점한 것이다.

크레타 - 출처 : 현대자동차
크레타 - 출처 : 현대자동차




맹렬한 기세 연간 20만대 고지 넘본다



현대차의 성장세는 최근 들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연속으로 매달 1만 9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연말까지 유지된다면 연간 판매량 20만 대 돌파가 확실시된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해 브라질에서 20만 6029대를 판매하며 2019년 이후 5년 만에 20만 대 고지를 다시 밟은 바 있다. 당시에도 도요타를 앞지르며 연간 시장 점유율 4위를 기록, 브라질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HB20 - 출처 : 현대자동차
HB20 - 출처 : 현대자동차


성공의 열쇠는 브라질 맞춤 전략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 약진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꼽는다. 현대차는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에 연간 최대 21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춘 최신 완성차 공장을 가동 중이다. 2019년 약 1억 2500만 헤알(한화 약 330억 원)을 투자해 생산 능력을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현지 전략형 소형 세단 및 해치백 ‘HB20’과 소형 SUV ‘크레타’는 브라질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두 차종은 브라질 차종별 판매 순위 상위 10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이는 소형차를 선호하는 브라질 시장의 특성과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SUV 열풍을 동시에 정확히 공략한 맞춤형 전략이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HB20 - 출처 : 현대자동차
HB20 - 출처 : 현대자동차


미래를 향한 친환경 투자



현대차는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중장기적인 경쟁력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브라질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 모빌리티 혁신’ 정책은 현대차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 정책은 친환경 분야에 투자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발맞춰 현대차는 오는 2032년까지 브라질 현지에 수소 에너지를 포함한 친환경 분야에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라인업을 대폭 확대하고,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지 생산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신차 전략과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친환경 투자가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현대차의 브라질 시장 내 입지는 앞으로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