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신차 시장, 국산차 넘어 수입차까지 역대급 할인 경쟁 돌입
그랜저 540만원, E클래스 1400만원... 인기 모델도 예외 없어





자동차 업계가 연말을 맞아 파격적인 할인 경쟁에 돌입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녹이기 위해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올해 최고 수준의 구매 조건을 내걸고 재고 소진에 나선 모습이다. 일부 수입 모델은 2000만원이 넘는 할인을 적용해 국산 프리미엄 차종과 가격대가 겹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신차 구매 플랫폼과 각사 판매 조건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준대형 SUV 투아렉은 특정 트림에 대해 22%에 달하는 할인율을 적용, 최대 2260만원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1억원을 웃돌던 차량 가격이 8000만원 초반대까지 내려오면서, 제네시스 GV80 상위 트림을 고려하던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산차도 연중 최대 할인







국산차 업계 역시 연말 실적 방어를 위해 주력 모델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할인에 나섰다. 현대자동차는 ‘라스트 찬스’ 프로모션을 통해 ‘국민 세단’ 그랜저에 최대 520만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쏘나타 역시 400만원, 인기 SUV인 싼타페와 투싼에도 각각 200만원의 할인이 적용된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대표 SUV, GV80도 재고 물량에 따라 최대 500만원 수준의 할인이 가능하다.

기아는 K9 300만원, K8 200만원 등 세단 라인업 할인을 강화했으며,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EV 페스타’도 이어간다. 니로 EV는 350만원, EV9과 EV6는 각각 300만원, 250만원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중견 완성차 업체들도 가세했다. 르노코리아는 그랑 콜레오스에 최대 540만원, 한국GM 쉐보레는 콜로라도에 500만원 할인을 적용했다. KG모빌리티 역시 주력 모델인 렉스턴에 최대 500만원 할인을 내걸며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더 공격적인 수입차 시장



수입차 시장의 할인 공세는 더욱 거세다. 서두에 언급된 폭스바겐 투아렉 외에도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존심 경쟁이 치열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주력 세단 E클래스는 모델에 따라 최대 18%, 금액으로는 약 1400만원의 할인을 제공한다. 경쟁 모델인 BMW 5시리즈 역시 최대 10% 수준인 700만원 안팎의 혜택을 내걸고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이처럼 인기 모델까지 할인 대상에 포함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통상 연말 할인은 비인기 차종이나 연식 변경을 앞둔 모델 위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전문가는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신차 할부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자, 제조사들이 수익성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분석했다.



구매 적기일까



업계에서는 이 같은 대규모 할인이 당분간 이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 재고 소진과 실적 마감이 끝나면 내년 초부터는 다시 판매 조건이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차량 구매를 계획했던 소비자라면 이번 연말이 합리적인 가격에 신차를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다만, 할인율이 높은 차량은 특정 색상이나 옵션이 제한된 재고 차량일 수 있으므로 구매 전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일부 모델은 내년 초 신형 출시를 앞두고 있어 ‘구형’ 모델이 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