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나올 현대차, 전부 비슷해질까?
‘복제’가 아닌 ‘연결’을 추구하는 새로운 디자인 철학의 핵심
싼타페 - 출처 : 현대자동차
최근 파격적인 모습으로 등장한 신형 싼타페를 두고 갑론을박이 뜨거웠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그간 유지해 온 모델별 개성을 버리고 획일화된 ‘패밀리룩’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현대차는 오히려 앞으로 브랜드 전체의 디자인 통일성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선언해 시장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물론 이는 과거처럼 모든 차를 비슷하게 만드는 ‘복사 붙여넣기’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현대차가 추구하는 새로운 디자인 전략의 핵심은 바로 ‘연결성’과 ‘차별성’이라는, 언뜻 보기에 모순된 두 가치의 절묘한 조화에 있다. 과연 현대차는 어떻게 이 어려운 숙제를 풀어나가려는 것일까.
체스 말처럼, 각자의 역할을 부여하다
싼타페 - 출처 : 현대자동차
현대차 디자인의 중심에는 이상엽 부사장이 제시한 ‘체스 말(Chess Piece)’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체스판 위의 킹, 퀸, 비숍, 나이트가 각기 다른 모양과 역할을 갖지만 모두 같은 팀임을 인지할 수 있는 것처럼, 현대차의 각 모델도 고유의 개성과 역할을 갖는다는 개념이다.
가장 좋은 예는 싼타페와 투싼이다. 두 모델 모두 현대차의 대표 SUV지만, 지향점은 명확히 다르다. 신형 싼타페가 각진 실루엣으로 아웃도어 라이프를 강조하는 강인한 인상을 준다면, 투싼은 날렵하고 감각적인 라인으로 도심적인 이미지를 내세운다. 이처럼 각 차량의 본질적인 성격은 그대로 유지하며 개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SUV는 더 강인하게, EV는 더 날렵하게
이러한 개별 모델의 정체성은 세그먼트별로 더욱 명확해진다. 현대차는 차종별 특성을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통일감 속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SUV 라인업은 신형 싼타페처럼 직선을 강조한 단단하고 강인한 인상을 중심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박시한 형태를 통해 실용성을 강조하면서도 브랜드 고유의 그래픽 요소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반면 아이오닉 시리즈로 대표되는 전기차 라인업은 공기역학 성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유선형 디자인을 고수한다.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가 전혀 다른 형태를 가졌음에도 ‘파라메트릭 픽셀’이라는 조명 디자인 하나만으로 같은 브랜드임을 단번에 알 수 있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픽셀 그래픽이 바로 현대차가 말하는 ‘연결 고리’의 핵심이다.
싼타페 - 출처 : 현대자동차
복제가 아닌 연결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다
현대차가 이처럼 복잡한 전략을 구사하는 이유는 단 하나,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함이다. 특정 모델이 아닌 브랜드 자체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려면, 디자인의 일관성이 필수적이다. 소비자들이 멀리서 봐도 ‘아, 저건 현대차구나’라고 자연스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결국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은 개성과 통일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다. 급격한 획일화 대신, 각 모델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미묘하고 세련된 연결 고리를 심어두는 고차원적인 전략이다. 앞으로 도로 위를 수놓을 현대차들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그 변화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콘셉트 쓰리 - 출처 : 현대자동차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