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노이어 클라세’ 핵심 공급사로 중국 EVE에너지 선정.
17년 동맹 삼성SDI 대신 새로운 파트너를 택한 배경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독일 명차 BMW와 삼성SDI의 17년 동맹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BMW가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노이어 클라세’의 핵심 배터리 공급사로 중국의 EVE에너지를 낙점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공급선 다변화를 넘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하는 중대한 사건이다. BMW는 왜 오랜 파트너를 등지고 새로운 선택을 감행했을까? 그 배경에는 공급망 현지화, 원가 경쟁력, 그리고 안정적인 물량 확보라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다.
17년 동맹의 균열, 노이어 클라세가 바꾼 판도
변화의 시작은 BMW의 차세대 전동화 플랫폼 ‘노이어 클라세(Neue Klasse)’에서 비롯됐다. 2025년부터 양산될 이 플랫폼의 첫 주자 ‘iX3’에는 지름 46mm의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된다. BMW는 이 핵심 부품의 공급을 중국 EVE에너지에 맡겼다.
특히 BMW는 헝가리 데브레첸에 신설한 전기차 공장 인근에 EVE에너지의 배터리 공장을 유치하며 공급망 현지화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생산 거점과 부품 공장을 밀착시켜 물류 비용을 최소화하고 공급 안정성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이다. 이는 기존 삼성SDI의 헝가리 괴드 공장에서 배터리를 공급받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다.
기술력보다 가격과 물량, 달라진 평가 기준
업계에서는 BMW의 이번 결정이 ‘기술’ 중심에서 ‘가격’과 ‘물량’ 중심으로 평가 기준을 옮긴 결과라고 분석한다. 과거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는 배터리의 성능과 기술력이 가장 중요한 척도였다. 하지만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안정적인 대량 공급 능력과 원가 경쟁력이 핵심 요소로 부상한 것이다.
이는 K-배터리 진영에겐 상당한 위협이다. 특정 전기차 플랫폼에 한번 채택된 배터리 공급사는 후속 모델의 물량까지 독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초기 시장 선점 효과가 장기적인 우위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첫 단추를 중국 업체에 내준 것은 삼성SDI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中 EVE 기술력, 정말 괜찮을까
물론 BMW의 선택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EVE에너지의 기술력에 대한 의문 부호가 따라붙는다. EVE에너지는 에너지저장장치(ESS)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분야에서는 강점을 보였지만, BMW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요구하는 고성능 삼원계(NCM) 배터리 양산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더욱이 iX3에 적용될 ‘46120’ 규격(지름 46mm, 높이 120mm) 배터리는 아직 글로벌 양산 사례가 없는 새로운 형태다. 성능과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EVE에너지가 소재 혁신보다는 배터리 크기를 키워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손쉬운 방식을 택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장기적인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BMW의 이번 결정은 ‘비용 절감’이라는 실리를 위해 ‘기술적 안정성’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한 고도의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만약 EVE에너지가 가격과 물량을 안정적으로 맞추면서 품질 문제까지 일으키지 않는다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판도는 중국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될 수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 기술적 결함이 발생할 경우, ‘프리미엄’이라는 BMW의 브랜드 가치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