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30만 대 판매 돌파, 그러나 업계는 깊은 시름에 빠졌다.
고환율과 중국산 전기차의 공습, 이중고에 시달리는 수입차 브랜드들의 속사정
BYD 돌핀 서브 / 사진=BYD 코리아
2025년 국내 수입차 시장이 연간 판매량 30만 대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표면적으로는 축포를 터뜨릴 만한 성과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판매 대수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수익성은 악화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 배경에는 살인적인 ‘환율’, 무서운 기세의 ‘중국 전기차’, 그리고 얼어붙은 ‘소비 심리’라는 세 가지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1500원 환율 쇼크, 팔수록 손해?
한국수입자동차협회 / 사진=한국수입자동차협회
가장 큰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에 육박하는 고환율 상황이다. 수입차는 대부분 달러나 유로로 결제되기에 환율 상승은 곧바로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까지 덩달아 오르면서 비용 압박은 전방위적으로 가해지고 있다.
이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일부 브랜드는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섣부른 가격 인상은 판매량 급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브랜드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프로모션과 할인 폭을 늘리며 고객을 붙잡고 있지만, 이는 판촉 비용 증가로 이어져 수익성을 갉아먹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가성비 앞세운 중국 전기차의 공습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 공세도 매섭다. BYD는 국내 첫 소형 SUV ‘아토3’를 3천만 원대 초반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으며 시장을 흔들고 있다. 이는 유럽이나 일본보다도 저렴한 가격으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들을 공략하겠다는 명확한 신호다.
중국 내에서는 이미 BYD가 20여 개 모델의 가격을 최대 34%까지 내리는 등 ‘출혈 경쟁’이 한창이다. 이러한 가격 전쟁이 국내 시장으로 번질 경우,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가격을 지킬 것인지, 판매량을 늘릴 것인지 심각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수입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84.4%나 급증하며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외형 성장 속 깊어지는 고민
물론 판매량만 놓고 보면 시장은 성장세다. 지난해 BMW가 7만 7천여 대로 벤츠(6만 8천여 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으며, 테슬라는 무려 101.4% 성장한 5만 9천여 대를 팔아치우며 3위에 올랐다. 전기차의 약진 속에서도 하이브리드 차량이 전체의 56.7%를 차지하며 여전히 시장의 주류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 성장 이면에는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판매량은 회복됐지만 환율과 가격 경쟁 심화로 수익성 개선은 요원한 상황”이라며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브랜드 전략과 원가 구조 개선이 시급한 과제”라고 토로했다.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올 하반기 추가적인 가격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