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트림 스포츠와 만난 럭셔리 GT, 벤틀리가 공장을 무대로 선택한 이유는?
양산차 기반으로 펼쳐진 아찔한 퍼포먼스, 그 속에 숨겨진 브랜드의 진짜 속내.
벤틀리 Supersports FULL SEND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점잖은 신사의 상징과도 같던 벤틀리가 공장 안에서 타이어 연기를 내뿜으며 질주한다. 상상하기 힘든 이 광경이 현실이 됐다. 벤틀리는 왜 이런 파격적인 브랜드 필름을 공개했을까? 여기에는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하는 것 이상의 세 가지 핵심 메시지가 담겨있다. 신형 슈퍼스포츠의 압도적 성능, 완전히 탈바꿈한 생산 시설, 그리고 브랜드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연결고리가 바로 그것이다. 럭셔리 브랜드의 가면 뒤에 숨겨진 진짜 얼굴은 무엇일까.
공장을 서킷으로 만든 사나이
벤틀리가 전설적인 스턴트 퍼포머 트래비스 파스트라나와 손잡고 브랜드 필름 ‘Supersports: FULL SEND’를 공개했다. 영상의 무대는 다름 아닌 영국 크루에 위치한 벤틀리의 심장, ‘드림 팩토리’다. 파스트라나는 짐카나 스타일로 공장 내부와 외부를 종횡무진하며 드리프트와 번아웃 등 아찔한 기술을 연이어 선보인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묘기를 부린 차량이 대대적인 개조를 거치지 않은 양산 기반 슈퍼스포츠라는 사실이다. 유압식 핸드브레이크와 일부 소프트웨어 수정 외에는 기본 성능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는 차량 자체의 뛰어난 섀시 완성도와 기본 성능에 대한 벤틀리의 자신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벤틀리 Supersports FULL SEND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손잡이에 새겨진 이름의 비밀
이번 영상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곳곳에 상징적인 장치를 숨겨두었다. 파스트라나가 잡는 핸드브레이크 손잡이에는 ‘밀드레드(Mildred)’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는 슈퍼스포츠의 내부 프로젝트명으로, 1920년대 모터스포츠의 한계를 넘기 위해 도전했던 여성 레이서 ‘밀드레드 메리 피터’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작은 디테일 하나에도 브랜드의 역사를 녹여내며, 이번 퍼포먼스가 단순한 쇼가 아님을 강조한다. 극한의 주행 속에서도 브랜드가 쌓아온 헤리티지를 잊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과거의 영광에서 미래의 전기차까지
벤틀리 Supersports FULL SEND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영상은 신형 슈퍼스포츠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2003년 르망 24시 우승 차량인 스피드 8부터 1929년형 팀 블로워 등 벤틀리의 모터스포츠 유산을 상징하는 전설적인 모델들이 대거 등장한다. 과거의 영광을 통해 현재의 기술력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동시에 위장막을 쓴 채 등장하는 순수 전기 SUV는 벤틀리의 ‘다음 장’을 예고한다.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주차장과 최신 디자인 센터를 배경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 화면에 담아내며 전동화 시대로의 전환 속에서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잃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666마력, 순수 내연기관의 포효
4세대 컨티넨탈 GT 기반의 신형 슈퍼스포츠는 최고 출력 666마력을 자랑하는 후륜구동 모델이다. 강력한 성능을 뒷받침하기 위해 섀시와 공기역학 성능을 대폭 개선했다. 전동화 전환을 앞둔 시점에서 벤틀리가 왜 이토록 강력한 내연기관 GT를 선보였는지, 그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모델이다.
파스트라나 역시 “럭셔리와 퍼포먼스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며 양산차의 완성도에 감탄했다. 영상 말미에는 프랑크-슈테펜 발리저 CEO가 직접 등장해 공장에 남은 타이어 자국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이는 브랜드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2027년 초 고객 인도를 앞둔 슈퍼스포츠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인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