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모델Y ‘주니퍼’의 파격적인 가격이 불러온 지각 변동, 현대차는 3위로 밀려났다.

수입 전기차 점유율 42.8% 돌파, 국내 제조 기반 보호 목소리 커져.

테슬라 모델Y 주니퍼 내부 / 사진=테슬라
테슬라 모델Y 주니퍼 내부 / 사진=테슬라


2025년 국내 전기차 시장이 2년간의 침체를 딛고 5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반등했다. 하지만 축포를 터뜨린 건 국산차가 아니었다. 그 과실은 고스란히 테슬라에게 돌아가며 국내 자동차 업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중국에서 생산된 모델Y 페이스리프트 ‘주니퍼’의 등장은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었다. 파격적인 가격, 개선된 상품성, 그리고 정책적 지원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국산차의 위기가 어떻게 현실이 되었는지 살펴본다. 어쩌다 안방을 이토록 쉽게 내주게 된 것일까?

‘반값 테슬라’의 등장, 시장을 삼키다



테슬라 모델Y 주니퍼 외관 / 사진=테슬라
테슬라 모델Y 주니퍼 외관 / 사진=테슬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테슬라 모델Y는 5만 397대가 팔려나가며 국내 승용 전기차 시장의 26.6%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무려 169.2% 폭증한 수치다.

이러한 폭발적 인기의 중심에는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모델Y ‘주니퍼’가 있다. 5,299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표를 달고 출시되면서 보조금까지 더해져 사실상 ‘반값 테슬라’로 불렸다. 출시 하루 만에 1만 5,000대의 계약을 기록했고, 이후 매달 6,000대씩 꾸준히 팔리며 상반기 수입차 판매 1위를 거머쥐었다.

단순히 가격만 낮춘 것이 아니다. 기존 모델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승차감과 소음 차단 능력을 크게 개선했다. 여기에 앰비언트 라이트와 8인치 리어 디스플레이 등 편의 사양까지 추가하며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속수무책 韓 제조사, 안방 1위도 위태



테슬라의 약진에 국내 제조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밀려나는 모양새다. 2025년 브랜드별 판매량을 보면 기아가 6만 609대(27.5%)로 간신히 1위를 지켰다. 테슬라는 5만 9,893대(27.2%)로 바짝 뒤를 쫓았고, 현대차는 5만 5,461대(25.2%)로 3위로 주저앉았다.

문제는 성장률이다. 테슬라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101.3% 증가하는 동안 기아는 45.2% 성장에 그쳤다. 기아와 테슬라의 판매량 격차는 불과 716대에 불과해 언제든 순위가 뒤집힐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기아는 EV3, EV6, 레이 EV 등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고 현대차 역시 아이오닉 9 등 신차 출시로 맞불을 놨지만, 모델Y 단 한 차종의 파괴력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테슬라 모델Y 주니퍼 외관 / 사진=테슬라
테슬라 모델Y 주니퍼 외관 / 사진=테슬라




중국산 전기차 공습, 점유율 42% 넘었다



개별 브랜드의 문제를 넘어, 국내 전기차 시장의 체질 자체가 변하고 있다. 2025년 수입 전기차가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8%에 달했다. 2022년 25%에 불과했던 점유율이 3년 만에 18%포인트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특히 ‘메이드 인 차이나’의 영향력이 막강해졌다. 테슬라의 중국산 물량 유입과 더불어 BYD, 폴스타 등 중국계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다. 중국산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2.4% 증가한 7만 4,728대로, 전체 전기차 3대 중 1대(33.9%)가 중국에서 생산된 셈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브랜드들의 공세에 국산차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업계의 절박한 호소 ‘국내 생산 지켜야’



테슬라 모델Y 주니퍼 디스플레이 / 사진=테슬라
테슬라 모델Y 주니퍼 디스플레이 / 사진=테슬라


상황이 이렇자 자동차 업계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KAMA는 중국산 전기차 확산이 소비자 선택권 확대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국내 제조 기반과 공급망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훈 KAMA 회장은 “우리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 생산을 촉진하는 세제 도입과 같은 효과적인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최근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기능 국내 도입 등으로 기술 경쟁이 심화하는 만큼, 민관 협력을 통한 제도적 기반 마련도 강조했다.

정부의 보조금과 제조사의 신차 출시가 맞물려 시장은 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특정 수입 모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등 불안한 반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