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패널만 늘린 게 아니었다. 무게를 4분의 1로 줄였더니 벌어진 일

그늘에 들어가도 멈추지 않는 태양광 기술, 그 원리를 확인했다

BMW와 클렘슨대학교의 ‘딥 오렌지 17’ /사진=BMW
BMW와 클렘슨대학교의 ‘딥 오렌지 17’ /사진=BMW


자동차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붙여 달린다는 상상은 오래됐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제한된 면적에서 얻는 전력이 워낙 미미해 보조 동력원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고작 2마력 남짓한 출력으로는 거대한 차체를 움직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BMW가 미국 클렘슨대학교와 함께 이 해묵은 과제에 다른 해법을 들고나왔다. 무작정 발전량을 늘리는 대신, 자동차가 쓰는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는 역발상이었다. 차체 경량화와 발전 효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이들의 프로토타입 ‘딥 오렌지 17’은 이 두 가지 기술이 결합했을 때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BMW와 클렘슨대학교의 ‘딥 오렌지 17’ /사진=BMW
BMW와 클렘슨대학교의 ‘딥 오렌지 17’ /사진=BMW


무게를 550kg까지 줄인 이유



일반적인 전기차들이 배터리 용량을 늘리며 무게가 2톤을 넘나드는 것과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딥 오렌지 17의 총중량은 550kg에 불과하다. 일반 승용차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차체는 탄소섬유와 알루미늄, 강철을 조합해 만들고, 서로 다른 소재를 잇는 부위에는 3D 프린팅 금속 접합부를 썼다. 단순히 가볍게만 만든 것도 아니다. 노랑거북복의 생물학적 구조에서 영감을 얻어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외관을 다듬었다.

딥 오렌지 17 실내 /사진=BMW
딥 오렌지 17 실내 /사진=BMW




결국 강력한 모터가 아닌, 가벼운 무게와 공기역학의 조합으로 같은 에너지로 더 멀리 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늘이 드리워져도 발전을 멈추지 않는다



운전하다 보면 건물이나 다른 차 때문에 그늘을 지나는 건 아주 흔한 일이다. 기존 태양광 자동차는 이처럼 부분적인 음영이 생기면 발전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약점을 안고 있었다.

딥 오렌지 17의 외부 태양광 패널 /사진=클렘슨대학교
딥 오렌지 17의 외부 태양광 패널 /사진=클렘슨대학교


딥 오렌지 17은 이 문제를 해결했다. 차체 외부를 덮은 1,700여 개의 태양광 셀은 일부가 그늘에 가려져도 나머지 셀이 발전을 이어가도록 설계됐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협력해 개발한 이 기술은 실제 도로 환경에서의 실용성을 크게 높인 부분이다.

이는 태양광 셀의 숫자만큼이나 현실적인 환경에서 얼마나 꾸준히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지를 고려한 설계다.

그래서 하루에 얼마나 더 달릴 수 있나



딥 오렌지 17의 외부 태양광 패널 /사진=클렘슨대학교
딥 오렌지 17의 외부 태양광 패널 /사진=클렘슨대학교


에너지 시뮬레이션 결과는 꽤 인상적이다. 하루 약 20km를 주행한 뒤에도, 축적된 태양광 에너지로만 평균 50km를 추가로 이동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태양전지의 출력이 갑자기 높아진 덕분이 아니다. 차량이 소비하는 에너지를 극단적으로 줄였기에 가능한 결과다. 만약 하루 출퇴근 거리가 20km 내외라면, 외부 충전 빈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연구용 모델의 수치이며 실제 주행거리는 일조량이나 주행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그럼에도 경량화와 발전 효율 시스템이 만들어낸 시너지는 분명 의미가 있다.

BMW와 클렘슨대학교의 ‘딥 오렌지 17’ /사진=클렘슨대학교
BMW와 클렘슨대학교의 ‘딥 오렌지 17’ /사진=클렘슨대학교


딥 오렌지 17은 BMW가 당장 판매할 신차가 아닌, 미래 기술 검증을 위한 연구용 프로토타입이다. 하지만 발전 면적만 넓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차체를 가볍게 만들고 부분 음영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접근법은 태양광 자동차의 가능성을 다시 보게 만든다. 이 기술들이 미래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보조하는 형태로 적용될 여지도 충분하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