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주장 11건 모두 기각…법원 “심한 멍, 사전 고지 없었다” 판단
모델 겸 유튜버 아옳이가 2021년 전신에 피멍이 든 건강주사 시술 피해를 공개한 뒤, 병원 측의 13억 원 소송에 최종 승소했다. 법원은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아옳이 / 출처 : 인스타그램
“건강주사 맞았더니 전신 피멍”…폭로 뒤 병원은 정면 소송 제기
2021년, 아옳이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건강에 좋다는 주사를 맞았는데 전신에 멍이 들었다”며 시술 후 부작용을 폭로했다. 당시 공개된 사진에는 다리와 팔, 등까지 검붉게 번진 멍 자국이 생생히 담겨 충격을 안겼다.
이에 병원 측은 “허위사실 유포”라며 13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아옳이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입장문을 내며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아옳이 / 출처 : 유트브
법원 “11가지 주장 모두 허위 아냐…병원 측 설명도 불충분”
서울고등법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병원 측 청구를 전면 기각했다. 재판부는 “병원 측이 지목한 11개 표현 중 허위 사실로 인정된 내용은 없다”며 아옳이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광범위한 멍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고지가 동의서에 포함돼 있지 않았고, 병원 측 역시 이 정도 멍은 예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술 전 고지 의무’의 부재를 짚었다.

아옳이 / 출처 : 유트브
‘건강주사’ 표현도 문제없어…병원 홈페이지 홍보자료가 증거로 작용
‘건강주사’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도 법원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병원 홈페이지와 언론 기사 등에서 “체형 교정, 어깨·목 통증 개선” 등의 효과를 내세웠다는 점을 들어, 해당 명칭은 소비자의 일반적 인식과 부합한다고 봤다.
또한, 시술 시간이 길어진 부분, 지혈 과정에서 병원장 딸이 보조한 사실 등도 모두 사실에 기반한 발언이라며 병원 측 주장을 일축했다.
“환불 어렵다 말해” 주장도 사실…병원 신뢰 무너진 상황이었다
아옳이의 “환불이 어렵다고 했다”는 발언 역시 허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당시 병원은 “2주 경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내세웠으며, 재판부는 “신뢰가 붕괴된 환자 입장에선 즉각적 환불 요구가 타당했다”고 밝혔다.

아옳이 / 출처 : 인스타그램
시술 과정에서 병원장의 딸이 지혈을 도왔다는 아옳이의 폭로 역시 허위가 아니었다. 병원 측은 “직원이긴 하지만 시술엔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재판부는 “의료 자격이 없는 상담 직원이 직접 지혈을 보조한 건 사실이며, 이를 지적한 행위는 표현의 자유 범위 내”라고 결론냈다.
형사 사건도 무혐의…전 남편 서주원만 200만 원 배상 판결
병원 측이 제기한 명예훼손 형사 고소 역시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으며 일단락됐다. 다만, 시술 논란이 불거진 당시 아옳이의 전 남편 서주원이 SNS에 욕설성 발언을 남긴 부분은 모욕으로 인정돼 200만 원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아옳이 / 출처 : 인스타그램
이번 판결은 공익을 위한 폭로에 대한 사적 명예훼손 소송의 한계를 명확히 한 사례로 해석된다. 법원은 “시술 부작용에 대한 피해자의 공론화 행위는 허위 사실이 아니며, 소비자 보호와 알권리 차원에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지원 기자 jwk@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