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언론 “명백한 착취” 보도…소속사의 ‘주최 측 감사’ 표명에 팬들 분노는 두 배로

배우 이수혁의 중국 팬미팅이 ‘12시간 강제 노동’ 논란으로 번졌다. 소속사의 황당한 대처에 팬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아티스트 보호는 뒷전인 소속사를 향한 비판이 거세다.
배우 이수혁 중국 팬미팅 /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배우 이수혁 중국 팬미팅 /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12시간의 팬미팅, 축제가 아닌 악몽으로

지난 8월 30일, 배우 이수혁의 중국 항저우 팬미팅 현장은 시작부터 열기로 가득했다. 티켓 오픈 2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그의 뜨거운 인기를 증명했다. 그러나 10년 만에 팬들과 만나는 설렘의 시간은 곧 끔찍한 악몽으로 변질됐다.

당초 6시간 30분으로 예정됐던 행사는 주최 측의 무리한 티켓 판매로 인해 1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고장 난 에어컨 아래, 이수혁은 수천 명의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며 땀으로 온몸을 적셔야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탈수 증세를 보이며 창백해졌고, 급기야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든 듯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팬들의 눈에는 축제의 주인공이 아닌, 기계처럼 사인만 하는 노동자로 비쳤다.

배우 이수혁 /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배우 이수혁 /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사인 전엔 중국 떠날 생각 마라” 충격적인 협박 의혹

사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만 EBC 등 현지 언론은 주최 측이 이수혁에게 포스터 500장 추가 사인을 요구하며 “사인을 다 하기 전에는 중국을 떠날 생각도 하지 마라”는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고 보도하며 ‘착취’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팬들은 SNS를 통해 “주최 측이 이수혁을 사람 취급도 안 했다”며 거세게 항의했고, 땀에 흠뻑 젖은 셔츠를 입은 채 팬들을 향해 억지로 미소 짓는 그의 사진이 퍼지며 공분은 더욱 커졌다.

한 팬은 “탈진이 걱정되는 상태에서도 팬들에게 좋은 기억을 주려 애쓰는 모습에 눈물이 났다”며 “부디 자기 자신도 돌보길 바란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배우 이수혁 / 출처 : 인스타그램
배우 이수혁 / 출처 : 인스타그램


팬들은 ‘분노’, 소속사는 ‘감사’?…불난 집에 기름 부은 입장문

논란이 커지자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일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내용은 팬들의 기대를 철저히 외면했다. 소속사는 구체적인 상황 설명이나 주최 측에 대한 항의 대신 ‘예기치 못한 상황’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사태를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배우 이수혁 /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배우 이수혁 /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더욱이 팬들을 경악게 한 것은 입장문 마지막 구절이었다. “팬미팅을 위해 애써주신 모든 협력사, 스태프 및 주최 측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힌 것이다. 아티스트가 12시간 동안 착취에 가까운 대우를 받은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가해자로 지목된 주최 측에 감사를 표한 소속사의 태도에 팬들은 “대체 누구를 위한 회사인가”, “아티스트 보호 의지가 있는 것이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새 둥지를 튼 지 불과 두 달 만에 터진 이번 사태는 소속사의 위기관리 능력에 큰 의문 부호를 남겼다.

강지원 기자 jwk@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