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정재환, 돌연 방송에서 사라진 이유
“회당 출연료 18,000원…생활고 겪었다”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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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1990년대 ‘청춘행진곡’을 비롯한 인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당대 최고 MC로 자리매김했던 정재환이 돌연 방송에서 자취를 감췄던 이유와 무명 시절 겪었던 생활고를 솔직히 고백했다.

지난 8월 31일 방송된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서 그는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입담으로 인생의 굴곡을 전했다.

정재환은 19살에 개그맨으로 일찍 데뷔했다. 이수만이 DJ로 진행했던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고, 이후 ‘젊음의 행진’ 같은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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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청춘행진곡’을 맡으면서는 국민 MC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화려한 전성기 뒤에는 길고 고단한 무명 생활이 있었다. 당시 회당 출연료가 1만8천 원에 불과해 한 달에 7만2천 원으로 생활을 이어갔다고 회상했다. 그는 “집에 쌀이 떨어지고, 겨울에 연탄이 없어 막막했던 순간도 있었다”며 힘겨웠던 시절을 솔직히 털어놨다.

성공 이후에도 아쉬움은 남았다. 정재환은 “한 프로그램에서 회당 250만 원까지 받았지만, 돈을 크게 모으지는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배철수 형이 인기가 있을 때 자기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조언했는데, 나는 프로그램을 남발하지 않았다. 그 결과 돈은 많이 못 벌었다”며 웃픈 사연을 전했다. 허영만은 “웃기지만 슬픈 이야기”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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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도 그는 숨김없이 밝혔다. 정재환은 “방송을 하다 보니 우리말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방송 언어는 명확해야 하는데,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마흔이 넘은 나이에 성균관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사와 한글을 연구하며 10년간 강단에 섰고, 현재는 한글 운동가로 활동하며 세종시 홍보대사로도 활약 중이다.

정재환은 “우리말은 정말 소중하다. 그래서 방송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도 책과 자료를 파고들며 새로운 이야기를 준비한다고 했다. “이야깃거리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그냥 닥치고 읽는다. 읽다 보면 좋은 주제가 나온다”는 그의 말은 학자로서의 진지함을 엿보게 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