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장수한 ‘유희열의 스케치북’ 후속작의 안타까운 현실
TV에선 0%대, 유튜브에선 3억 뷰… 엇갈린 성적표의 의미는?

가수 이효리. KBS2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 방송화면
가수 이효리. KBS2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 방송화면




KBS2의 간판 심야 음악 프로그램 ‘더 시즌즈’가 끝없는 시청률 부진에 빠지며 프로그램 존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수 이효리부터 배우 박보검까지 초호화 MC 군단을 투입했음에도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방송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31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더 시즌즈-10CM의 쓰담쓰담’은 최근 10회 방송 중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0%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26일에는 배우 임시완과 박성웅, 가수 로이킴, 정승환 등 화제성 높은 게스트들이 총출동했지만 전국 시청률 0.8%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화려한 MC 라인업에도 0%대 시청률 늪





배우 박보검. KBS2 ‘더 시즌즈-박보검의 칸타빌레’ 방송화면
배우 박보검. KBS2 ‘더 시즌즈-박보검의 칸타빌레’ 방송화면


‘더 시즌즈’는 13년간 KBS 심야 시간을 지켜온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2022년 막을 내린 후 야심 차게 시작한 후속 프로그램이다. 약 3개월마다 MC를 교체하는 독특한 ‘연간 프로젝트’ 방식을 도입해 차별화를 꾀했다.

실제로 그동안 ‘더 시즌즈’의 마이크를 잡은 이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초대 MC 박재범을 시작으로 잔나비 최정훈, 악뮤(AKMU), 이효리, 지코, 이영지, 박보검에 이르기까지 당대 최고의 톱스타들이 MC로 활약하며 매 시즌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러한 화제성이 TV 시청률로 직결되지는 못했다. 이효리와 박보검이라는 막강한 조합으로도 시청률은 1%대 초중반에 머물렀고, 현재 10CM가 진행하는 시즌은 0%대 박스권에 완전히 갇혀버린 상황이다. 이에 시청자 게시판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대로 가다 갑자기 폐지되는 것 아니냐”, “심야 음악쇼의 시대는 끝난 것 같다”는 등 프로그램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KBS2 ‘더 시즌즈-10CM의 쓰담쓰담’ 포스터. KBS2 제공
KBS2 ‘더 시즌즈-10CM의 쓰담쓰담’ 포스터. KBS2 제공


TV는 외면, 온라인은 열광… 엇갈린 운명



역설적이게도 저조한 TV 시청률과 달리 온라인에서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더 시즌즈’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오는 무대 클립 영상들은 적게는 수십만에서 많게는 수천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1000만 뷰를 돌파한 영상도 다수이며, 지난해에만 누적 클립 조회수 3억 뷰를 돌파하는 등 온라인 화제성만큼은 독보적인 수준이다.

이에 대해 제작진의 한 관계자는 지난 3월 프로그램 설명회에서 “시청률이 저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더 시즌즈’는 화제성과 미디어 도달성이 매우 높다. 유튜브 조회수만 놓고 보면 KBS 전체 프로그램 중에서도 최상위권”이라며 “물론 시청률 반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다면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더 시즌즈’의 운명은 TV 밖의 뜨거운 열기를 어떻게 TV 안으로 끌어들일 것인지, 그리고 변화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시청률이라는 낡은 지표를 넘어 공영방송 음악 프로그램의 가치를 어떻게 증명해낼 것인지에 달려 있다.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막강한 영향력을 발판 삼아 ‘더 시즌즈’가 위기를 극복하고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