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로 할리우드를 지배한 거장 감독, 1700억 원 사재 털어넣은 신작의 처참한 성적
결국 상징적인 건물 담보에 개인 섬까지 처분… “돈 한 푼도 없다” 충격 고백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미국 영화 연구소(AFI) 유튜브 채널 캡처
영화 ‘대부’ 시리즈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거장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일생일대의 야심작으로 인해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 40년간 꿈꿔온 프로젝트에 자신의 전 재산이라 할 수 있는 1700억 원을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처참한 흥행 실패였다.
1700억 쏟아부은 40년 숙원작의 비극
코폴라 감독의 재정 위기는 신작 ‘메갈로폴리스’에서 비롯됐다. 이 영화는 그가 1980년대부터 구상해 온 숙원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할리우드 대형 제작사들은 너무나 난해하고 실험적인 줄거리에 난색을 표하며 투자를 거절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연출한 영화 ‘메갈로폴리스’ 포스터
결국 코폴라 감독은 스스로 자금 조달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주요 수입원이던 포도주 양조장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등 사비 1억 2000만 달러(약 1762억 원)를 영화 제작에 모두 쏟아부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영화는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외면받았다. 철학적인 서사와 난해한 전개로 혹평을 면치 못했고, 전 세계적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총 1440만 달러(약 211억 원)에 그치며 제작비의 10분의 1도 회수하지 못했다.
상징적 건물부터 개인 섬까지 눈물의 매각
흥행 참패의 후폭풍은 거셌다. 심각한 재정 압박에 시달리게 된 코폴라 감독은 결국 자산 매각에 나섰다. 최근 그는 샌프란시스코의 유서 깊은 ‘센티넬 빌딩’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이 건물은 ‘대부’의 성공 직후 매입해 자신의 영화 제작사 ‘아메리칸 조이트로프’의 본사로 사용해 온 상징적인 공간이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유튜브 채널 ‘GQ’ 캡처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벨리즈에 소유했던 개인 섬을 180만 달러(약 26억 5000만 원)에 팔았고, 아끼던 명품 시계 컬렉션마저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폴라 감독은 지난 3월 한 인터뷰에서 “나는 돈이 한 푼도 없다. ‘메갈로폴리스’ 제작에 다 투자해서 돈이 사라졌다”고 직접 털어놓으며 어려운 상황을 인정했다.
할리우드 거장의 쓸쓸한 황혼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대부’ 3부작과 ‘지옥의 묵시록’, ‘컨버세이션’ 등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들을 연출하며 1970년대 할리우드를 이끈 인물이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2회 수상은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휩쓸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한때 할리우드를 호령했던 거장이 자신의 예술적 야망을 실현하려다 막대한 부와 명성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많은 영화 팬들이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그의 초연했던 발언과 달리 현실의 벽은 높았고, 예술가의 꿈이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