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직전, 영국을 뒤흔든 세기의 발굴 ‘서튼 후’ 실화.
화려함 대신 묵직한 울림, ‘우리는 무엇을 남기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안기는 작품

더 디그(The Dig) / 넷플릭스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지는 넷플릭스에서 당신이 무심코 지나쳤을지도 모를 영화, ‘더 디그(The Dig)’.
2021년 공개된 이 작품은 화려한 액션이나 극적인 반전 없이도 112분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힘을 가졌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도는 1939년 영국, 한 미망인의 직감과 아마추어 고고학자의 끈기가 1,400년간 땅속에 잠들어 있던 영국의 역사를 뒤바꾼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2차 대전의 그림자 속, 땅을 파헤친 사람들

영화 더 디그(The Dig) / 넷플릭스
모두가 단순한 흙무덤이라 여겼지만, 이디스는 그 안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잠들어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신뢰 속에서 바질은 묵묵히 땅을 파내려가고, 마침내 거대한 앵글로색슨 시대의 배 무덤(Ship burial)의 흔적을 발견한다.
이 발견은 단순한 유물 발굴이 아니었다. 영국 역사의 ‘암흑기’로 알려졌던 앵글로색슨 시대에 대한 기록을 완전히 새로 써야 할 만큼 거대한 의미를 지녔다.
소문이 퍼지자 대영박물관의 엘리트 학자들이 몰려와 발굴의 주도권을 주장하고,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바질의 공을 깎아내리려 한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계급 갈등과 지식인의 오만을 담담하게 비춘다.
이름 없는 이들의 위대한 유산, ‘서튼 후’

넷플릭스 영화추천 - 더 디그(The Dig) / 넷플릭스
죽음을 앞둔 이디스와 그녀의 어린 아들, 전쟁으로 미래를 저당 잡힌 젊은 고고학자 부부, 그리고 평생을 헌신했지만 이름조차 남기지 못할 뻔했던 바질 브라운까지. 각자의 유한한 삶 속에서 영원한 과거의 유산을 마주하며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가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특히 발굴된 모든 유물의 소유권을 가졌음에도 “이것은 우리 모두의 것”이라며 국가에 기증한 이디스의 선택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다가오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 과거의 역사를 지키려는 이들의 노력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유산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와플릭스]더 디그(The Dig) / 넷플릭스 [와플릭스]더 디그(The Dig) / 넷플릭스](https://img.news-wa.com//img/upload/2025/09/19/NWC_20250919163955.png.webp)
[와플릭스]더 디그(The Dig) / 넷플릭스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영국 시골의 서정적인 풍광과 레이프 파인스, 캐리 멀리건 등 명배우들의 절제된 연기는 영화의 품격을 한층 더 높인다.
자극적인 재미를 찾는 이에게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차분히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한 이에게는 긴 여운을 남길 작품이다.
와플릭스 : “오늘 뭐 볼까?” 끝없는 고민은 이제 그만! 《뉴스와》가 넷플릭스 속 숨은 보석 같은 작품들을 대신 골라드립니다. 리모컨만 돌리다 하루를 날리는 일 없이, 확실한 재미와 새로운 발견을 보장합니다.

더 디그(The Dig) 포스터 / 넷플릭스
이지희 기자 jeeh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