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고립 속에서 드러나는 생존 본능과 숨겨왔던 진실.

인간관계의 민낯을 마주하게 하는 107분의 압도적 체험.

영화 폴 600미터 / 넷플릭스
영화 폴 600미터 / 넷플릭스


아찔한 높이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을 느껴본 적 있는가. 고소공포증이 없다고 자신하는 사람일지라도, 영화 ‘폴: 600미터’를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107분의 러닝타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이 영화는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공포와 생존 본능을 자극한다.

사고로 남편 잃은 베키, 친구 손에 이끌려 600m 철탑으로

영화 폴 600미터, 친구 손에 이끌려 600m 철탑으로 / 넷플릭스
영화 폴 600미터, 친구 손에 이끌려 600m 철탑으로 / 넷플릭스


영화는 암벽 등반 중 남편 댄(메이슨 구딩)을 잃고 깊은 슬픔과 트라우마에 빠진 베키(그레이스 캐럴라인 커리)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1년이 지나도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그녀에게 어느 날 친구 헌터(버지니아 가드너)가 찾아온다. 익스트림 스포츠 유튜버인 헌터는 베키에게 충격적인 제안을 건넨다. 바로 사막 한가운데 버려진 600미터 높이의 TV 타워에 올라가 남편의 유골을 뿌려주며 트라우마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망설이던 베키는 결국 헌터의 설득에 넘어가 무모한 도전에 동참한다. 낡고 녹슨 철탑을 아슬아슬하게 오르는 과정은 시작에 불과했다.

마침내 정상에 도달한 두 사람. 하지만 기쁨도 잠시, 내려가려던 순간 낡은 사다리가 힘없이 부서져 내리면서 이들은 지상 600미터 상공의 좁은 공간에 완전히 고립되고 만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극한의 스릴, 단순한 공포가 아니다

영화 폴 600미터 스틸컷 / 넷플릭스
영화 폴 600미터 스틸컷 / 넷플릭스
‘폴: 600미터’의 가장 큰 강점은 단연 압도적인 몰입감이다.

영화는 CG를 최소화하고 실제와 비슷한 높이의 세트를 제작해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와 어우러져 관객들은 마치 실제 그곳에 있는 듯한 현기증과 공포를 느끼게 된다.

카메라는 의도적으로 아래를 비추며 아찔한 높이를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삐걱거리는 철탑의 소리는 금방이라도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영화는 단순히 높은 곳에서 느끼는 공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제한된 식수와 식량, 터지지 않는 통신, 그리고 언제 추락할지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감 속에서 두 인물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한 영화 평론가 A씨는 “단순한 설정이지만, 영화는 공간적 제약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며 “관객의 아드레날린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연출력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고립된 공간, 터져 나오는 인간의 본성과 비밀

영화 폴600미터, 고립된 공간, 터져 나오는 인간의 본성과 비밀 / 넷플릭스
영화 폴600미터, 고립된 공간, 터져 나오는 인간의 본성과 비밀 / 넷플릭스
영화의 중반부를 넘어서면 물리적인 공포는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변모한다.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자 두 사람 사이에 숨겨져 있던 미묘한 감정의 균열과 과거의 비밀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생존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절망 속에서 서로를 향한 불신과 원망이 터져 나오며, 이들의 관계는 또 다른 위기를 맞는다. 결국 베키와 헌터는 살아남기 위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생존이라는 절대적인 목표 앞에서 인간의 우정과 신뢰는 어디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영화는 이처럼 생존 스릴러의 외피 속에 인간관계의 본질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담아낸다.
영화 폴 600미터, 한정된 공간에서의 강력한 서스펜스 / 넷플릭스
영화 폴 600미터, 한정된 공간에서의 강력한 서스펜스 / 넷플릭스
‘폴: 600미터’는 일부 비현실적인 설정에 대한 지적도 있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강력한 서스펜스와 시각적 체험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무더위와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릴 짜릿한 스릴을 원한다면, 오늘 밤 넷플릭스에서 600미터 상공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단, 심장이 약하거나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와플릭스 : “오늘 뭐 볼까?” 끝없는 고민은 이제 그만! 《뉴스와》가 넷플릭스 속 숨은 보석 같은 작품들을 대신 골라드립니다. 리모컨만 돌리다 하루를 날리는 일 없이, 확실한 재미와 새로운 발견을 보장합니다.
영화 폴 600미터 포스터 / 넷플릭스
영화 폴 600미터 포스터 / 넷플릭스


이지희 기자 jeeh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