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미·박해수 주연 ‘대홍수’, 공개 9일 만에 글로벌 정상 등극
평점 1점대 테러 속 ‘K-재난물’ 저력 입증…엇갈린 평가에도 흥행 질주
영화 ‘대홍수’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배우 김다미와 박해수가 주연을 맡은 SF 재난 영화 ‘대홍수’가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부문 1위를 9일 연속 차지하며 전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폭발적인 인기와는 정반대로 국내외 실관람객들의 평가는 극도로 갈리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29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대홍수’는 지난 19일 공개된 이후 단 하루 만에 정상에 올라 9일째 전 세계 영화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러한 흥행세는 특정 문화권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전 세계 72개국 1위 휩쓴 K-재난 영화
영화 ‘대홍수’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대홍수’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프랑스, 브라질 등 무려 72개 국가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총 93개국에서 ‘TOP 10’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한국 콘텐츠의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알려진 북미 시장에서도 일주일 넘게 정상을 유지하며 ‘K-재난 영화’의 저력을 제대로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화는 대홍수가 덮친 지구의 마지막 날, 물에 잠겨가는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인류 생존의 마지막 희망을 지키려는 이들의 사투를 그린 재난 블록버스터다. 배우 김다미는 인공지능(AI) 연구원이자 아이를 구하려는 엄마 ‘안나’ 역을, 박해수는 그를 구조하려는 보안팀 요원 ‘희조’ 역을 맡아 긴장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병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약 3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압도적인 스케일의 재난 상황을 구현했다.
폭발적 흥행 속 냉혹한 평점 테러
영화 ‘대홍수’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하지만 이처럼 뜨거운 흥행 성적과는 별개로 실관람객들의 평가는 냉혹하기 그지없다. 글로벌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는 관객 점수 35%(100% 만점)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으며, 미국 IMDb 평점 역시 10점 만점에 5.4점에 머물렀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네이버 영화 평점은 1점대 ‘평점 테러’와 소수의 호평이 공존하며 4점대(10점 만점)에 그쳤다.
관객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예상치 못한 ‘장르 전환’이다. 초반 30분가량은 압도적인 컴퓨터 그래픽(CG)과 음향으로 실제 재난 현장 같은 몰입감을 주지만, 중반 이후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AI와 ‘루프(반복)물’ 설정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전형적인 재난 영화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이러한 전개가 불친절하고 난해하게 느껴졌다는 분석이다.
엇갈린 평가 속 전문가들의 시선
작품을 향한 비난의 수위가 높아지자, 일각에서는 과도한 비판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화 평론가 출신 방송인 허지웅은 자신의 SNS를 통해 “그렇게까지 매도되어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극적인 콘텐츠에만 반응하는 최근의 소비 문화를 꼬집었다. 황석희 번역가 역시 “대단한 수작은 아니더라도 평작 수준”이라며 “‘영화를 보지 말라’고 종용하고 저주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일 일인지 의문”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처럼 흥행 성적과 관객 평가 사이의 뚜렷한 온도 차를 보이는 ‘대홍수’가 쏟아지는 혹평을 딛고 장기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