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 건강 지키는 핵심, 아미노산 ‘글루타민’

美 연구팀, 동물실험 통해 글루타민-글루타메이트 전환 과정의 중요성 규명…시력 상실 치료 새 길 열어

망막 건강, 아미노산 ‘글루타민’
망막 건강, 아미노산 ‘글루타민’


우리 눈의 망막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아미노산의 대사 경로가 새롭게 밝혀졌다. 가장 흔한 아미노산 중 하나인 ‘글루타민’이 망막 세포의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이 규명되면서, 향후 노화나 질병으로 인한 시력 상실 및 실명 예방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미시간 대학 연구팀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눈 가장 안쪽에 위치한 망막은 빛을 전기 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하며, 이 과정의 중심에는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광수용체’ 세포가 있다. 광수용체 세포가 사멸하면 망막이 얇아져 시력 저하를 유발하는데, 기존 연구는 주로 에너지원인 포도당의 역할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연구팀은 혈액 내 가장 풍부한 아미노산인 글루타민이 망막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글루타민을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로 전환하는 효소(글루타미나제)를 유전적으로 제거한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해당 효소가 결핍된 쥐는 대조군에 비해 망막 두께가 빠르게 감소하고 광수용체 세포가 급격히 소실되는 현상을 보였다. 글루타민이 글루타메이트로 정상적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것이 망막 세포의 사멸을 직접적으로 유발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글루타메이트의 감소는 망막을 손상시킨다
글루타메이트의 감소는 망막을 손상시킨다


연구팀에 따르면, 글루타메이트의 감소는 두 가지 방식으로 망막을 손상시켰다. 첫째, 세포 기능에 필요한 단백질 합성을 저해했고, 둘째, 세포가 스트레스 상황에서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통합 스트레스 반응’을 과도하게 활성화시켜 오히려 세포 사멸을 촉진했다. 연구에서 이 스트레스 반응을 인위적으로 차단하자 망막 두께는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토마스 우벤(Thomas Wubben) 박사는 “이번 동물실험 결과가 인간의 망막 질환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글루타민에 의존하는 특정 대사 경로를 규명하고, 이를 약물이나 영양 보충제로 조절할 수 있을지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신진대사 조절을 통해 시력 상실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글루타민은 육류, 유제품 등 동물성 단백질과 견과류, 콩, 시금치 등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글루타민이 많이 함유된 음식, 육류, 유제품 등 동물성 단백질과 견과류, 콩, 시금치 등
글루타민이 많이 함유된 음식, 육류, 유제품 등 동물성 단백질과 견과류, 콩, 시금치 등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