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시간이 같아도 ‘늦잠 취침’이 혈압을 높이는 이유

사진 =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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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늦게 잠들면 다음 날 개운하지 않은 느낌을 받는 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입니다. 문제는 단순히 피곤함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최근 연구들은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는 것 자체가 혈압을 높이고 심혈관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더라도, 잠드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으면 혈압이 높아질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한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는 20개국 1만2,000명 이상의 성인을 9개월간 추적 관찰한 결과, 평소보다 취침이 34분 늦어지면 고혈압 위험이 32% 증가했습니다. 취침 시간이 90분 이상 늦어지면 위험은 무려 92% 상승했습니다. 연구진은 “얼마나 오래 자는가뿐 아니라 언제 자는가가 심혈관 건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

왜 늦게 자면 혈압이 높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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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력한 설명은 생체리듬의 붕괴입니다. 수면·각성 주기를 규칙적으로 유지하면 체내 24시간 생체 시계가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배고픔·호르몬·체온·혈압 조절도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하지만 잠드는 시간이 뒤로 밀리면 이 시계가 흔들리면서 혈압 조절 능력도 저하될 수 있습니다.

스탠퍼드 수면의학센터의 클리트 쿠시다 박사는 “수면 시간의 변동은 생체리듬을 흐트러뜨리고, 이는 혈압 조절 장애를 포함한 여러 생리적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원리는 교대근무자에게서 더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반복하는 사람들은 생체리듬 혼란이 크기 때문에 고혈압 위험이 일반 직장인보다 높다는 연구들이 이미 여러 차례 보고되었습니다. 2020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밤 11시 이후 취침하는 멕시코 청소년 2,000명에서 혈압 상승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한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부족한 수면이 만드는 호르몬 불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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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에서는 수면 시간 부족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닌 것으로 나왔지만, 일반적으로 늦게 자는 사람은 총수면 시간이 짧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면 부족은 스트레스 호르몬과 대사 조절 호르몬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혈압을 올릴 수 있습니다.

메이요클리닉의 심장전문의 프란시스코 로페스-히메네스 박사는 “수면은 스트레스·대사 조절 호르몬을 제어하는 데 핵심적이며, 수면 부족이 반복되면 호르몬이 흔들리고 그 결과 혈압도 높아진다”고 설명합니다.

즉, 늦게 자는 습관은 생체리듬 붕괴와 수면 부족이라는 복합적 경로를 통해 혈압 상승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혈압을 지키기 위한 가장 확실한 전략: ‘취침 시간 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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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과 전반적인 건강을 위해서는 취침 시간을 규칙적으로 고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잠들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은 다음과 같은 이점을 제공합니다.

기본적으로 7~9시간의 수면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스트레스 호르몬과 감정 조절이 안정되며 생체리듬이 정돈됩니다. 또한 집중력과 면역 기능이 향상되어 하루 전체의 건강 상태가 균형을 찾습니다.

주말에도 수면 스케줄을 너무 크게 바꾸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주중과 주말의 수면 패턴 차이가 클수록 생체리듬이 흔들리고 혈압 조절에도 부담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자는가’보다 ‘언제 자는가’가 혈압을 결정한다

늦게 자는 습관은 단순한 생활 패턴의 문제가 아니라, 고혈압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독립적 요인입니다. 충분히 자더라도 혈압 상승 위험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취침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예방 전략입니다.

오늘부터라도 잠드는 시간을 조금씩 앞당기고 규칙적인 수면 리듬을 만드는 것이 혈압과 심장 건강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자기 관리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서윤 기자 sy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