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염도 높은 음식 조리 시 용출량 증가, 콩팥 기능 약하다면 특히 주의

새 냄비는 한 번 끓여 쓰고, 금속수세미 사용은 피해야 하는 이유

사진 : 양은냄비 / 생성형 이미지
사진 : 양은냄비
라면이나 찌개를 끓일 때 흔히 쓰는 양은냄비는 열전도율이 높아 조리 시간을 단축해준다. 하지만 어떤 음식을 담느냐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진다. 특히 한국인이 즐겨 먹는 김치찌개처럼 산도와 염도가 높은 음식을 조리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양은냄비에 김치찌개를 끓였을 때 다른 음식보다 훨씬 많은 양의 알루미늄이 검출됐다. 이는 냄비의 특정 조건과 음식의 성분이 만나 벌어지는 현상이다.

김치찌개에서 알루미늄이 가장 많이 나온 배경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2017년 시중 알루미늄 냄비 56개를 조사한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연구팀은 김치찌개, 김치라면, 된장찌개, 설렁탕 등을 직접 조리하며 알루미늄 용출량을 측정했다. 이 중 김치찌개에서 검출된 양은 9.86mg/kg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차이는 음식의 산도와 염도에서 비롯됐다. 김치의 강한 산성과 소금의 염분이 양은냄비 표면의 산화알루미늄 피막을 반응시켜 알루미늄 성분이 음식에 녹아 나오게 만든 것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산도와 염도가 낮은 설렁탕 등에서는 검출량이 미미했다.

냄비 표면의 피막이 손상되면 더 위험하다

양은냄비는 알루미늄 위에 산화알루미늄 피막을 입혀 안정성을 높인 조리도구다. 핵심은 이 피막을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에 달렸다. 만약 이 피막이 벗겨지면 알루미늄이 음식으로 더 쉽게 용출될 수 있다.
사진 : 양은냄비 바닥 / 생성형 이미지
사진 : 양은냄비 바닥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금속수세미 사용이다. 냄비 바닥을 강하게 문지르면 피막에 흠집이 생기거나 벗겨진다. 조리 시 날카로운 금속 국자나 숟가락을 쓰는 것도 피해야 한다. 집에 있는 양은냄비 안쪽에 긁힌 자국이 많거나 변색이 심하다면 교체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사진 : 양은냄비 / 생성형 이미지
사진 : 양은냄비


새 양은냄비를 구입했다면 사용 전 물을 넣고 한 번 끓여내는 과정이 도움이 된다. 이 과정에서 산화알루미늄 피막이 더 견고해져 알루미늄 용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체내 축적된 알루미늄, 뇌와 콩팥에 영향

물론 김치찌개에서 검출된 9.86mg/kg이라는 수치가 당장 인체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수준은 아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허용 기준치(200~520mg/kg)와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음식으로 섭취한 알루미늄의 약 1%는 체내에 흡수되고, 대부분 콩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된다. 이 때문에 콩팥 기능이 저하된 사람은 알루미늄 배출 능력이 떨어져 체내에 더 많이 쌓일 수 있다.
사진 : 소화불량 / 생성형 이미지
사진 : 소화불량
장기간에 걸쳐 몸에 축적된 알루미늄은 뇌신경계나 콩팥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토, 설사, 메스꺼움 같은 소화기 증상을 유발하거나, 심한 경우 두통이나 신진대사 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성연 기자 sy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