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하이브리드 SUV 시장에 그야말로 ‘가성비 핵폭탄’과도 같은 존재가 등장했다. 중국의 둥펑자동차가 선보인 중형 SUV ‘에올루스 L7’은 상식을 뛰어넘는 제원과 가격표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연비 67km/L, 주행거리 2,000km, 그런데 가격은 1,800만 원부터. 이쯤 되면 제원표가 아니라 내 계산기가 고장 난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될 정도다.
둥펑자동차 2025 에올루스 L7 측정면 (출처=둥펑자동차)
물리학을 거스르는 주행 성능
에올루스 L7의 제원표를 보면 ‘오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의 공인 연비는 WLTC 기준 리터당 67.1km다. 국내 최고 수준의 하이브리드 모델들조차 명함도 내밀기 힘든, 거의 물리학의 법칙을 거스르는 수준이다.
둥펑자동차 2025 에올루스 L7 측면 (출처=둥펑자동차)
주행거리는 더 압도적이다. 한 번의 주유와 충전으로 최대 1,500km(중국 CLTC 기준)를 달릴 수 있다. 심지어 제조사 자체 테스트에서는 2,239km라는 비현실적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서울에서 부산을 두 번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다.
둥펑자동차 2025 에올루스 L7 측정면2 (출처=둥펑자동차)
놀라운 것은 효율성에만 ‘올인’한 차가 아니라는 점이다. 1.5리터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가 힘을 합쳐 시스템 총출력 355마력, 최대토크 615Nm(62.7kg·m)라는 강력한 힘을 뿜어낸다. 효율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속도 알차다, 1,800만 원짜리의 반전 매력
“이렇게 싼데, 내부는 텅 비어 있는 거 아니야?”라는 의심은 실내를 보는 순간 사라진다.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게 아니라, 속도 알차게 채웠다.
둥펑자동차 2025 에올루스 L7 실내 (출처=둥펑자동차)
대시보드 중앙에는 14.6인치 대형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고 있으며, 스마트폰 두뇌로 유명한 퀄컴의 스냅드래곤 8155 칩을 탑재해 버벅거림 없는 쾌적한 사용 환경을 제공한다. AI 음성 비서, 스마트폰 원격 제어 같은 최신 기능은 기본이고, 상위 트림에서는 파노라마 선루프와 레벨 2 수준의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까지 누릴 수 있다. 가격은 경차 수준, 시장의 룰을 파괴하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마지막 퍼즐은 바로 가격이다. 에올루스 L7의 중국 현지 시작 가격은 94,900위안, 우리 돈으로 약 1,800만 원에 불과하다. 이 가격이면 국내에서는 중형 SUV는커녕 소형 SUV도 넘보기 힘든, 거의 경차와 경쟁하는 수준이다.
둥펑자동차 2025 에올루스 L7 상부 (출처=둥펑자동차)
이미 중국 현지에서는 폭발적인 초기 반응을 얻으며 ‘가성비 끝판왕’의 위력을 증명하고 있다. 둥펑자동차는 이 모델의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검토하고 있어, 만약 국내에 상륙한다면 시장에 거대한 ‘메기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물론 브랜드 인지도와 서비스 등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하지만 에올루스 L7이 던진 ‘이 가격에 이 성능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이제 전 세계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답해야 할 무거운 숙제가 되었다. 이 가성비 괴물의 등장이 향후 글로벌 SUV 시장의 가격표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