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증명하고 오너가 극찬한 주행감, ‘성공의 상징’을 다시 쓰다

기아 K8 하이브리드는 실제 오너들로부터 ‘제네시스급 승차감’이라는 극찬과 함께 22km/L를 넘나드는 경이로운 실연비를 증명하며 만족도 9.3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판매량은 ‘국민 세단’ 그랜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시장의 선택과 오너의 만족도가 엇갈리는 이 기묘한 현상, 그 속내를 샅샅이 파헤쳐 봤다.
기아 K8 하이브리드 측정면 (출처=기아)

‘제네시스가 부럽지 않다’…실 오너들의 쏟아지는 극찬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명차’. 기아 K8 하이브리드를 타는 오너들이 자신의 차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의 오너 평가에 따르면 K8 하이브리드는 10점 만점에 평균 9.3점이라는 경이로운 점수를 기록 중이다. 특히 주행감과 거주성은 9.7점에 달하며 사실상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다.
기아 K8 하이브리드 측면 (출처=기아)
한 오너는 “승차감이 G80만큼 좋게 느껴진다”며 혀를 내둘렀고, 또 다른 오너는 “타면 탈수록 만족감이 커지는 차”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극찬의 배경에는 기아의 3세대 N3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기본기가 자리 잡고 있다. 전장 5,015mm, 휠베이스 2,895mm에 달하는 넉넉한 차체는 그랜저와 동일한 휠베이스를 공유하면서도, 더욱 날렵하고 스포티한 인상을 준다.
기아 K8 하이브리드 측후면 (출처=기아)

연비, 성능, 기본기…숫자가 증명하는 실력



K8 하이브리드의 심장은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의 조합으로, 시스템 총출력 230마력, 최대토크 35.7kg.m라는 막강한 힘을 뿜어낸다. 이는 일상 주행은 물론, 고속에서도 전혀 부족함 없는 시원한 가속감을 선사한다.
기아 K8 하이브리드 (출처=기아)
놀라운 점은 연비다.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8.1km로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소폭 앞서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오너들 사이에서는 고속도로 정속 주행 시 22km/L는 가뿐히 넘긴다는 후기가 쏟아진다. 강력한 성능과 뛰어난 효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그럼에도 왜?…‘그랜저’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이처럼 압도적인 상품성에도 불구하고 K8의 성적표는 어딘가 아쉽다. 최근 판매량을 살펴보면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월 3,000대 이상 팔리는 동안 K8 하이브리드는 1,000대 초반에 머물며 체면을 구겼다.
기아 K8 하이브리드 실내 (출처=기아)
전문가들은 이 현상의 원인을 ‘브랜드 파워’에서 찾는다. ‘그랜저’라는 이름이 지난 40년간 대한민국 사회에서 쌓아 올린 ‘성공의 상징’이라는 무형의 가치가 차량의 객관적인 스펙을 뛰어넘는 구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이동 수단을 사는 것을 넘어, 그랜저가 주는 사회적 이미지와 만족감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이다.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와 오너들이 가장 만족하는 차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K8 하이브리드는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날렵한 디자인과 역동적인 주행 성능, 그리고 뛰어난 연비를 중시하는 합리적인 소비자에게 K8 하이브리드는 그랜저보다 훨씬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숨은 진주의 가치를 알아보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늘어날수록, 두 형제차의 왕좌 게임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