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 하지만 감성의 벽은 높았다
“주행 성능과 승차감은 나무랄 데 없는데, 디자인은 아직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네요.” 기아의 첫 준중형 전기 세단 EV4에 대한 실소유주들의 평가는 이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실제 오너 36명이 매긴 평균 점수는 10점 만점에 9.5점. 압도적으로 높은 만족도 이면에는 기술력에 보내는 뜨거운 찬사와 디자인에 대한 차가운 아쉬움이 팽팽히 맞선다.미끄러지듯 달린다, 기술력에 보내는 찬사
오너들이 만장일치로 엄지를 치켜세우는 부분은 단연 EV4의 기술적 완성도다. 롱레인지 모델 기준 공식 주행거리는 533km지만, “작정하고 몰면 600km도 거뜬하다”는 실주행 인증 후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할 정도. 이는 기아 전기차 중 최고 수준의 공기저항계수(0.229Cd)를 달성한 덕분이다.아직은 어색한 사이, 디자인과 편의성
하지만 논쟁은 언제나 디자인에서 시작된다. 특히 파격적인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이 적용된 후면부 디자인에 대해서는 “아직은 어색하다”, “쉽게 이해하기 힘든 조형”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이 상당하다. 미래지향적인 외관과 달리 실내는 비교적 평범하다는 평가도 뒤따른다.가성비는 물음표, 가격의 벽
EV4의 제원을 살펴보면 오너들의 평가가 더욱 선명하게 이해된다. 가격은 스탠다드 모델이 4,192만 원부터 시작하며, 보조금을 받으면 3,400만 원대에 구매 가능하다. 롱레인지 모델의 성능은 최고출력 218마력, 최대토크 35.7kg·m로 일상 주행에서는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전장 4,730mm, 휠베이스 2,820mm의 차체는 준중형을 넘어 중형 세단에 가까운 넉넉한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기술적으로는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전기 세단이지만, 시장과의 감성적인 소통에는 아직 성공하지 못한 모습이다. 과연 EV4가 이 ‘감성의 장벽’을 뛰어넘어 K3의 빈자리를 채우고 기아의 대표 전기 세단으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