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셉트카가 현실로, 파격적 디자인과 SSP 플랫폼으로 전기 세단 시장의 판을 뒤흔든다

“솔직히 말해, 지난 몇 년간 우리는 방향을 잃었습니다.” 아우디의 수장, 게르노트 될너 CEO의 입에서 나온 이례적인 고백은 단순한 엄살이 아니었다. 브랜드의 정체성 위기라는 뼈아픈 자기반성이었고, 동시에 가장 아우디다운 미래를 되찾기 위한 절박한 출사표였다. 그리고 그 구원투수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이름 ‘A4’가 다시 호출됐다.
아우디 A4 측정면 (출처=아우디)
2028년, 아우디 A4는 브랜드의 모든 기술력을 응축한 순수 전기차로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다. 이는 단순한 신차 출시를 넘어, 아우디가 스스로 꼬아버린 매듭을 풀고 프리미엄 세단 시장의 왕좌를 되찾기 위해 던지는 야심 찬 승부수다.

실수를 인정하는 용기, A4의 귀환이 특별한 이유

이번 A4 전기차의 부활이 더욱 드라마틱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아우디가 스스로의 전략적 실수를 인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아우디는 ‘전기차는 짝수, 내연기관은 홀수’라는 복잡한 이름짓기 규칙을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30년 역사를 자랑하며 BMW 3시리즈, 벤츠 C클래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간판 모델 A4를 단종시키고, 그 자리를 쿠페형 모델인 A5에게 넘겨주는 결정을 내렸다.
아우디 콘셉트 C 상부 (출처=아우디)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A5는 정통 프리미엄 세단으로서 A4가 쌓아 올린 상징성과 대중성을 결코 대신할 수 없었다. 결국 백기를 든 아우디는 시장이 진정으로 원하는 이름, A4를 전기차 시대의 선봉장으로 화려하게 복귀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
아우디 콘셉트 C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아우디)

늦은 출발, 그러나 가장 진보된 심장으로

경쟁자들보다 2~3년 늦은 출발이지만, 아우디는 기술력으로 모든 것을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부활할 ‘A4 e-트론’(가칭)의 심장은 폭스바겐 그룹의 차세대 통합 전기차 플랫폼인 SSP(Scalable Systems Platform)다. 이는 현재 판매 중인 Q4 e-트론(MEB)이나 최신 모델인 Q6 e-트론(PPE)의 플랫폼을 모두 뛰어넘는 완전한 신세대 기술이다.
아우디 콘셉트 C 측면 (출처=아우디)
SSP 플랫폼은 800V 초고속 충전 시스템은 기본, 완벽한 무선 업데이트(OTA)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설계(SDV)를 기반으로 한다. 이를 통해 경쟁 모델로 지목되는 BMW의 차세대 전기 세단(노이에 클라세 기반 i3)과 벤츠의 C클래스 전기차를 기술적으로 압도하겠다는 것이 아우디의 전략이다.
아우디 콘셉트 C 측정면 (출처=아우디)

콘셉트카의 파격, 디자인으로 심장을 뛰게 하라

디자인의 변화는 혁명에 가깝다. 새로운 A4 전기차는 최근 공개되어 찬사를 받은 ‘콘셉트 C’의 디자인 언어를 그대로 이어받을 전망이다. 기존 아우디 전기차의 다소 심심하고 단조로운 디자인에서 벗어나, 심장이 뛰는 역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세단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아우디 콘셉트 C 실내 (출처=아우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특성상 휠베이스는 기존 내연기관 모델보다 길어지고, 차체 비율은 한층 더 낮고 넓어져 스포티한 실루엣을 완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단순히 예쁜 차를 넘어,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아우디의 철학이 디자인으로 발현되는 순간이 될 것이다.
아우디 A4 측후면 (출처=아우디)
2028년 우리 앞에 나타날 아우디 A4 e-트론은 단순한 신차가 아니다. 그것은 CEO의 뼈아픈 고백에서 시작된 브랜드 혁신의 상징이자, 아우디가 잃어버린 자존심을 되찾는 여정의 첫걸음이다. 30년 역사의 이름값에 가장 진보한 기술의 옷을 입은 A4가 과연 아우디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