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에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사라진, 그리운 국산 명차들
갤로퍼의 야성미부터 아카디아의 기술력까지, 마니아들이 재출시를 바라는 레전드카 1위는…
성능이나 편의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시절의 ‘감성’과 ‘낭만’ 때문일 것입니다. 국내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 차만은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말이 꾸준히 회자되는, 단종되었기에 더욱 전설이 된 국산차 5종을 선정했습니다.
5위. ‘원조 오프로더’의 귀환을 꿈꾸다, 현대 갤로퍼
2003년 테라칸에 자리를 물려주며 단종되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캠핑과 오프로드, 그리고 ‘리스토어(복원)’ 열풍이 불면서 갤로퍼의 가치는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오히려 요즘 나오는 도심형 SUV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유의 야성미와 아날로그 감성이 젊은 세대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입니다. 단종된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이만한 감성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4위. ‘비운의 정통 로드스터’, 기아 엘란
하지만 엘란은 시대를 잘못 만난 비운의 명차로 남았습니다. 출시 이듬해 터진 IMF 외환위기는 경영난에 빠진 기아와 더불어 스포츠카라는 틈새시장을 직격했습니다. 결국 1999년, 단 3년 만에 1천여 대 남짓한 생산량을 끝으로 단종되었습니다. 만약 지금과 같은 시대에 기아가 이와 같은 정통 스포츠카를 다시 내놓는다면 어떤 반응을 얻을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3위. ‘대중적 스포츠 쿠페’의 추억, 현대 투스카니
특히 국산 승용차 최초로 6단 수동변속기를 적용하고, 2.7L V6 델타 엔진을 장착한 상위 트림(GTS)은 당시 국산차에서 보기 드문 고성능 사양이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후속 모델인 제네시스 쿠페가 후륜구동 기반의 프리미엄 스포츠 쿠페로 방향을 틀면서, 투스카니로 대표되던 ‘전륜구동 대중 스포츠 쿠페’의 계보는 사실상 끊겼습니다.
2위. ‘회장님 차’의 대명사, 쌍용 체어맨
이후 체어맨W, 리무진 등으로 명맥을 이어가며 국산 최고급 세단의 상징으로 군림했습니다. 하지만 SUV 명가로 방향을 튼 쌍용차의 경영 전략 변화와 판매량 부진이 겹치면서 2018년경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최근 KGM(구 쌍용차)이 재기를 노리는 가운데, G90이나 K9과 경쟁할 만한 플래그십 세단으로 ‘체어맨’이라는 이름이 부활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립니다.
1위. ‘시대를 앞서간 이상향’, 대우 아카디아
혼다 레전드 2세대를 기반으로 개발된 이 차는, 220마력의 3.2L V6 엔진을 탑재해 당시 국산차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자랑했습니다. 전륜구동임에도 정숙성과 주행 안정성이 뛰어나 기술적으로는 시대를 앞서갔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4천만 원이 넘는 고가의 가격 정책과 외환위기, 그리고 대우그룹의 해체라는 비운이 겹치며 1999년 쓸쓸히 퇴장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GM 한국사업장에서 ‘아카디아’라는 상표권을 재등록한 사실이 알려지며, 약 30년 만에 이 이름이 SUV 등의 형태로 부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시대를 풍미했던 단종 명차들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한 시대의 아이콘이자 누군가의 ‘드림카’였습니다. 여러분의 기억 속에 잠들어 있는, 꼭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인생 차’는 무엇입니까.
정태영 기자 tae0@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