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미국 시장서 183만 대 판매하며 역대 최다 기록 경신
전기차 주춤하자 ‘하이브리드’로 승부수 띄워… 친환경차 비중 23.7%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또다시 거대한 족적을 남겼습니다. 국내 일각의 비판적인 시선이 무색하게, 미국 현지에서는 없어서 못 팔 정도의 인기를 구가하며 역대급 판매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 속에서도 ‘이 차’를 중심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3년 연속 질주 183만 대의 금자탑
현대차·기아가 공개한 2025년 연간 미국 실적을 보면 그야말로 파죽지세입니다. 양사는 지난해 미국에서 합산 183만 6172대를 판매하며 미국 진출 이후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다시 썼습니다. 이는 2023년부터 3년 연속 이어진 신기록 행진으로, 이제는 미국 시장에서 확고한 주류 브랜드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하는 수치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대차는 전년 대비 7.8% 증가한 90만 1686대를 기록하며 연간 기준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습니다. 기아 역시 85만 2155대를 판매하며 2.3%의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8만 2331대를 팔아치우며 전년 대비 9.8% 성장해, 양적 성장은 물론 질적 성장까지 이뤄냈다는 분석입니다.
전기차 빈자리 하이브리드가 채웠다
이번 역대급 실적의 일등 공신은 단연 ‘하이브리드’입니다.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은 33만 1023대로, 전년과 비교해 무려 48.8%나 급증했습니다. 이는 연간 기준 역대 최다 판매량입니다. 전기차를 포함한 전체 친환경차 판매량도 43만 4725대로 집계되어 전년 대비 25.5% 성장했으며, 전체 판매 중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최대인 23.7%에 달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이 순수 전기차에서 실용적인 하이브리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현대차와 기아가 유연한 생산 라인 조정을 통해 이러한 수요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이브리드가 북미 시장 공략의 핵심 키(Key)로 자리 잡은 모양새입니다.
보조금 절벽 전기차는 숨 고르기
반면 전기차 부문은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10만 3697대로 전년 대비 16.3% 뒷걸음질 쳤습니다. 특히 기아는 3만 4164대에 그치며 38.8%라는 큰 감소 폭을 보였습니다. 이는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 폐지 논의와 정책 환경 변화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현대차·기아는 위축되지 않고 정면 돌파를 선택했습니다.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를 지난해 실적보다 3.22% 높인 총 750만 8300대로 설정했습니다.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파워트레인 신차를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신규 생산 거점을 본격 가동해 균형 잡힌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유연한 전략
지난해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 전체로 보면 413만 여대를 판매하며 소폭 감소세를 보였지만, 기아는 313만 여대를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관세 장벽과 자국 우선주의 등 비우호적인 통상 환경 속에서도 시장별 맞춤형 전략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이 보여준 저력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전동화 전환이라는 대명제를 유지하면서도, 당장의 수익성과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는 ‘하이브리드 믹스’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었기 때문입니다.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와 투싼 하이브리드,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등은 현지 딜러망에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차·기아가 보여준 이번 성과가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성을 뚫고 나갈 강력한 동력이 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