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남성들의 마지막 로망, 기아 모하비 중고차 시장서 돌풍
2021년식 ‘더 마스터’ 품귀 현상... 신차급 가격 방어력 과시

기아 모하비 더 마스터 실내 /사진=기아


대한민국 대형 SUV의 자존심으로 불리던 기아 모하비가 생산 라인에서 자취를 감춘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오히려 ‘귀한 몸’ 대접을 받고 있다.

2024년 7월 단종이라는 마침표를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2026년 1월 현재 중고차 거래 플랫폼에서는 매물이 등록되기 무섭게 판매 완료 처리가 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중이다. 특히 4050 세대 남성 운전자들 사이에서 “지금이 아니면 소유할 수 없는 마지막 내연기관 프레임 SUV”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구매 경쟁에 불이 붙었다.

아빠들의 마지막 로망으로 등극한 이유

기아 모하비 더 마스터 /사진=기아


업계 데이터에 따르면 모하비의 주요 구매층은 명확하다. 전체 구매자의 약 47%가 40대와 50대 남성으로 집계됐다. 이는 단순한 이동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넘어, 가장으로서 가족을 위한 안전한 패밀리카와 자신의 레저 본능을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전동화 전환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V6 디젤 엔진 특유의 묵직한 주행 감각과 프레임 바디가 주는 신뢰성은 전기차나 도심형 SUV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으로 평가받는다. 단종이 오히려 희소성을 높이는 기폭제가 되어 중고차 가격 방어율을 비정상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감가상각 무시하는 2021년식 더 마스터

기아 모하비 더 마스터 /사진=기아


소비자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모델은 ‘모하비 더 마스터’다. 그중에서도 2021년식은 전체 거래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보인다. 주행거리 3만km 미만의 무사고 차량은 3,000만 원대 초반에서 최대 5,000만 원대 중반에 거래되는데, 이는 출시 당시 신차 가격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실내 12.3인치 디스플레이와 반자율주행급 ADAS 등 최신 편의사양을 갖추고 있어 구형의 투박함은 지우고 편의성은 높인 것이 주효했다. 신차급 컨디션을 유지한 매물은 딜러들 사이에서도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체 불가한 프레임 바디의 견고함

기아 모하비 더 마스터 /사진=기아


모하비의 인기는 뼈대에서 나온다. 현대 팰리세이드나 기아 쏘렌토 등 대다수 SUV가 승용차 기반의 모노코크 바디를 채택한 것과 달리, 모하비는 강철 프레임 위에 차체를 얹는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을 고수했다. 이 구조는 노면 충격을 프레임이 흡수해 험로 주행 시 차체 비틀림을 최소화한다.

캠핑 트레일러나 카라반을 견인해야 하는 오토캠핑족에게 모하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통한다. 가족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아빠들에게 “사고가 나도 프레임 바디는 안전하다”는 믿음은 구매 결정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V6 엔진이 전하는 압도적 주행 질감

기아 모하비 더 마스터 /사진=기아


다운사이징 열풍으로 4기통 엔진이 주류가 된 시장에서 3.0리터 V6 S2 디젤 엔진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최고출력 260마력, 최대토크 57.1kg·m의 힘은 고속 영역에서도 차체를 여유롭게 밀어준다. 4기통 엔진 특유의 진동과 소음 대신, 6기통의 매끄러운 회전 질감과 묵직한 토크감은 운전자에게 심리적 만족감을 준다.

환경 규제로 인해 설 자리를 잃었지만, 내연기관의 정점을 경험하고 싶은 소비자들에게는 여전히 최고의 선택지로 남아있다.

한편, 기아는 모하비의 빈자리를 픽업트럭인 ‘타스만’으로 채우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정통 SUV 스타일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정서상 트럭 형태의 타스만이 모하비의 고급스러운 패밀리카 수요를 온전히 흡수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당분간 중고차 시장에서 모하비의 독주 체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바람의 아이’라는 슬로건으로 처음 등장해 15년 넘게 국산 대형 SUV의 왕좌를 지켰던 모하비는 퇴장 후에도 여전히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역주행 신화’를 쓰고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