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쏘렌토, 연간 10만 대 판매 돌파하며 국산차 1위 등극
현대차그룹 내수 점유율 92% 독식… 아반떼의 깜짝 반란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그야말로 현대차그룹의 독무대였습니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를 합친 현대차그룹의 판매량은 무려 123만 520대로, 전체 국산차 판매량(133만 8,111대)의 92%를 차지했습니다. 사실상 도로 위의 신차 10대 중 9대가 현대차그룹의 차량인 셈입니다.
이런 압도적인 점유율 속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베스트셀링카’의 순위 변화가 눈에 띕니다. 한때 부동의 1위였던 ‘국민 세단’ 그랜저가 물러나고, 실용성을 앞세운 SUV와 가성비 세단이 상위권을 휩쓸었습니다.
‘10만 대 클럽’ 입성한 쏘렌토, 새로운 왕좌 등극
지난해 국산차 판매 1위의 영예는 기아 쏘렌토가 차지했습니다. 쏘렌토는 지난 1년간 10만 2대가 판매되며, 2002년 출시 이후 처음으로 연간 판매 10만 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1위를 넘어, 국내 소비자들이 세단에서 SUV로, 그중에서도 중형 SUV로 선호도를 완전히 옮겼음을 시사합니다.
쏘렌토의 인기 비결은 단연 하이브리드 모델입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 속에서 연비 효율과 정숙성을 모두 잡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했습니다. 경쟁 모델인 현대차 싼타페가 풀체인지로 맞불을 놨음에도 불구하고, 쏘렌토는 디자인과 상품성 면에서 꾸준한 우위를 점하며 2년 연속 국산차 누적 판매 1위를 수성했습니다.
“가성비의 역습” 아반떼, 그랜저 제치고 2위
2위는 현대차 아반떼가 차지했습니다. 아반떼는 전년 대비 약 39% 성장한 7만 9,335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순위가 7계단이나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특히 과거 ‘성공의 상징’이자 판매량 보증수표였던 그랜저(5위, 7만 1,775대)를 제쳤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합리적인 가격과 유지비를 갖춘 준중형 세단으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아반떼는 1.6 가솔린 모델을 필두로 LPG, 하이브리드, 고성능 N 모델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춰 사회 초년생부터 세컨드카 수요층까지 폭넓게 흡수했습니다.
대체 불가 패밀리카 카니발, 하이브리드가 효자
3위는 ‘아빠차’의 대명사 기아 카니발이 차지했습니다. 총 7만 8,218대가 판매된 카니발은 미니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재확인했습니다. 현대차 스타리아가 추격하고 있지만, 승용 감각의 디자인과 편의 사양을 갖춘 카니발의 아성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디젤의 퇴장과 하이브리드의 부상입니다. 2.2 디젤 모델이 단종 수순을 밟는 동안,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이 판매의 주축으로 떠올랐습니다. 정숙한 승차감을 원하는 가족 단위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 모델을 적극적으로 선택한 결과입니다.
실용성·하이브리드 중심의 시장 개편
지난해 판매 순위는 ‘실용성’과 ‘친환경’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됩니다. 쏘렌토와 카니발은 넓은 공간 활용성을 무기로 가족 중심의 수요를 흡수했고, 아반떼는 뛰어난 경제성으로 실속파 운전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4위를 기록한 기아 스포티지(7만 4,516대) 역시 준중형 SUV로서 실용성을 인정받은 모델입니다.
반면, 전통의 강호였던 그랜저는 5위로 밀려나며 세단 시장의 위축을 보여줬습니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탄탄한 SUV 모델들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이름값’보다는 ‘유지비’와 ‘활용도’를 꼼꼼히 따져보고 지갑을 연다는 것이 수치로 증명된 한 해였습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