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서 관세 정책 대응따라 희비... 현대차·기아·도요타 ‘방긋’
가격 인상 단행한 폴크스바겐 판매량 ‘뚝’... 올해는 전체 시장 가격 인상 전망

트럼프 대통령 / BBC 코리아


지난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성적표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25%라는 높은 관세 장벽 앞에서 어떤 가격 전략을 취했느냐가 승패를 갈랐습니다. 현대차와 기아, 도요타는 관세 부담을 안고서라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해 역대급 실적을 올린 반면, 이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한 폴크스바겐은 판매량이 급감하며 쓴맛을 봤습니다.

관세 감당하고 역대급 실적 쓴 도요타·현대차


도요타 북미 법인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총 214만 7,811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8.1% 성장했습니다. 이는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판매 실적으로, 도요타가 미국 시장에서 여전히 강력한 입지를 다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코롤라 하이브리드, 캠리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모델과 라브4 같은 SUV 라인업이 실적을 견인했습니다. 도요타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가격 인상을 억제하며 시장 점유율을 지켜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의 약진도 눈부십니다. 현대차는 90만 1,686대(7.8% 증가), 기아는 85만 2,155대(7.0% 증가)를 기록하며 3년 연속 미국 판매 신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양사는 경쟁력 있는 가격 정책과 더불어 상품성 높은 신차를 지속 투입하며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데 성공했습니다. 혼다와 닛산 역시 소폭이나마 성장세를 유지하며 가격 방어 전략의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소비자에 비용 넘겼다가 ‘참패’한 폴크스바겐


반면 폴크스바겐의 분위기는 침울합니다. 폴크스바겐의 지난해 미국 판매량은 32만 9,813대로 전년 대비 무려 13%나 곤두박질쳤습니다. 주요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습니다. 2022년 이후 이어오던 상승세도 3년 만에 꺾였습니다.

패착은 가격 정책이었습니다.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폴크스바겐은 이를 즉각 소비자 가격에 반영했습니다. 가뜩이나 고물가로 지갑이 얇아진 미국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판매량이 급감한 것입니다. 현지 매체들은 폴크스바겐의 저조한 현지 생산 비율도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미국 내 판매량 중 현지 생산분은 20만 대 수준에 불과하고, 멕시코와 독일 수입 의존도가 높아 관세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입니다.

올해는 ‘가격 인상’ 불가피... 시장 위축 우려


문제는 올해입니다. 지난해까지는 기업들이 수익성을 일부 포기하며 관세 충격을 흡수했지만,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도요타 북미 브랜드 총괄 데이비드 크리스트는 “미·일 무역 협상으로 관세가 15%로 낮아졌지만, 이를 기업이 계속 감당하기는 어렵다”며 가격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도요타는 이미 올해 2~3차례의 가격 인상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 부담, 여기에 관세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더 이상 가격 동결을 고수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업계에서는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경우, 올해 미국 자동차 시장 전체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는 경기 둔화와 전기차 보조금 종료 등의 악재가 겹치며 올해 미국 연간 자동차 판매량이 2.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결국 지난해 ‘박리다매’ 전략으로 점유율을 늘린 현대차와 도요타가 올해 높아진 가격표를 달고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계속 받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

폴크스바겐 아틀라스 / 사진=폭스바겐 코리아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