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 시장, 지난해 12월 전기차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가솔린차 추월
여전한 하이브리드 강세 속 내연기관차의 급격한 몰락... 전동화 전환 가속화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 출처 : 기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캐즘(Chasm)’ 현상에 대한 우려가 무색하게, 유럽 시장에서 기념비적인 기록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EV)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가솔린 차량을 앞지른 것이다. 이는 내연기관 시대의 종말과 전동화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된다.

내연기관 시대의 저물어가는 해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 영국,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지역에서 신규 등록된 전기차는 총 30만 8,955대에 달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0% 이상 폭증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가솔린 차량의 신규 등록 대수는 25만 4,449대에 그치며 전년 대비 17.7%나 급감했다. EU 시장만 놓고 보면 감소 폭은 19.2%로 더욱 컸다. 한때 유럽 시장의 주류였던 디젤 차량의 몰락은 더욱 가파르다. 12월 디젤차 판매량은 7만 대 수준에 머무르며 전년 대비 23.1%나 쪼그라들었다. 이는 유럽 내에서 내연기관 차량이 구조적인 하락세에 접어들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EX30 - 출처 : 볼보


하이브리드가 지키는 1위, 그러나 성장세는 둔화



물론 아직 전체 판매량 1위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럽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은 총 38만 921대가 등록되며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성장률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 증가율은 5% 안팎에 그쳤다. 50%가 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전기차와 비교하면 성장 동력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지만, 시장의 무게 중심은 이미 순수 전기차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멈출 수 없는 전동화 전환의 거대한 흐름



i10 - 출처 : 현대자동차


지난해 한 해 동안의 실적을 봐도 유럽 시장의 전동화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이 확인된다. EU·EFTA·영국에서 등록된 순수 전기차는 약 260만 대로 전년 대비 29.7% 증가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역시 120만 대를 넘어서며 33% 이상 성장했다.

반면 가솔린과 디젤 차량 판매량은 같은 기간 각각 18.9%, 24% 감소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다양한 가격대의 신형 전기차 모델을 쏟아내고, 각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맞물리면서 가격 접근성이 높아진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전기차 ‘캐즘’이라는 일부의 우려와 달리, 유럽 시장은 이미 전동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르노 5 10만대 생산 - 출처 : 르노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