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시스 배터리 논란과 화재 포비아가 만든 이례적 감가
성능은 그대로인데… 구매자는 ‘가성비’와 ‘불안’ 사이 고민
1억 원을 호가하던 벤츠의 전기 세단 EQE 350+가 1년 만에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가격표를 달았다. 신차를 구매했던 차주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오열’할 만한 감가율이다.
차량의 주행 성능이나 제원은 그대로지만, 특정 배터리 논란과 지하주차장 화재 이슈가 겹치며 시장의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불안감’이라는 단 하나의 요인이 억대 수입차의 가치를 절반 가까이 끌어내린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1억짜리 신차가 그랜저 가격이 된 배경
2023년식 벤츠 EQE 350+의 신차 출고가는 1억 300만 원 선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재 중고 시세는 5천만 원대 중후반까지 떨어졌다. 40~50%에 달하는 감가율이다.
이는 그랜저 하이브리드 캘리그래피 트림 풀옵션 가격과 정확히 겹치는 수준이다. 고전압 배터리에 대한 제조사 보증 기간이 남아있음에도, 시장의 불안 심리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기술이 아닌 심리가 시세를 결정했다
이번 가격 폭락의 핵심에는 파라시스(Farasis) 배터리 탑재 사실과 과거 발생한 화재 사고가 있다. 차량 자체의 기술적 결함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 ‘특정 배터리=화재 위험’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이로 인해 “중고차 구매 문의는 없고 팔겠다는 문의만 들어온다”는 게 당시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었다. 그랜저 신차 값으로 1억 원대 벤츠 전기 세단을 소유할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지하주차장 이용 시 겪을 수 있는 불편함과 재판매 시 추가 감가 위험은 온전히 구매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