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울리며 동시에 나타났을 때 운전자가 절대 판단하면 안 되는 이유

실무에선 구급차가 1순위라는데…도로교통법 열어보니 숨겨진 원칙 있었다

경찰차·구급차·소방차·대통령차


교차로에 구급차와 경찰차가 동시에 사이렌을 울리며 진입한다. 잠시 후 소방차까지 나타난다. 운전자라면 누구에게 길을 터줘야 할지 순간적인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들 차량의 통행 우선순위를 두고 흔히 ‘구급차, 소방차, 경찰차 순’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정보다. 법으로 정해진 절대적인 서열은 없으며, 모든 것은 세 가지 핵심 요소에 따라 결정된다. 바로 ‘임무의 긴급성’, ‘현장 상황’,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실무적 판단’이다.

이들 차량이 도로 위에서 마주쳤을 때 실제로는 복잡한 조율 과정이 뒤따른다.

구급차를 호위하는 경찰차와 싸이카


법적 서열은 없지만 실무적 순서는 존재했다



도로교통법 제29조는 경찰차, 소방차, 구급차 등을 모두 우선 통행 권한을 가진 ‘긴급자동차’로 규정한다. 하지만 법 조문 어디에도 차종 간의 서열을 명시한 구절은 없다. 법 앞에서는 모두 동등한 자격을 갖는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구급차가 먼저 길을 확보하는 경우가 잦은 것은 탑승한 환자의 상태 때문이다. 심정지나 대량 출혈 환자의 경우 1분 1초가 생존과 직결되므로 다른 차량들이 암묵적으로 양보하는 것이다. 이는 법적 의무가 아닌, 임무의 긴급성에 따른 실무적 판단의 결과다.

대통령 차량 행렬


소방차 역시 마찬가지다. 화재 초기 진압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수십 톤의 물과 장비를 실은 소방차는 급제동이 어려워, 운전자는 충분한 공간을 미리 확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경찰차와 대통령 경호차가 길을 막는 진짜 이유



때로는 경찰차가 가장 먼저 교차로를 점거하기도 한다. 이는 우선순위가 높아서가 아니라, 다른 긴급차량의 안전한 통행로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 신호를 통제하고 다른 일반 차량을 막아 길을 트는 임무가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찰차·구급차·소방차·대통령차


대통령 경호차량 역시 긴급자동차에 속하지만, 보통 다른 긴급차량과 마주칠 일은 드물다. 이동 전 미리 신호와 진입로를 통제해 경로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기 때문이다.
만약 경호 행렬과 구조 차량의 동선이 겹친다면, 현장 통제관의 판단에 따라 경호 행렬이 서행하거나 정지하며 길을 터주는 방식으로 조율된다.

결국 도로 위에서는 차종이 아니라 각 차량이 수행하는 임무의 시급성이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만약 이들 긴급자동차가 서로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과실 비율은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도 차종은 판단 기준이 아니다. 교차로에 먼저 진입했는지, 도로 폭은 어떠했는지 등 일반적인 교통사고 처리 원칙이 적용된다.

구급차 / 온라인 커뮤니티


따라서 일반 운전자가 해야 할 일은 어느 차가 더 급한지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우선 속도를 줄이고, 경찰의 수신호나 현장 통제에 따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만약 당신이 운전 중 여러 긴급차량이 한꺼번에 보인다면, 침착하게 주변 상황을 살피며 천천히 도로 우측 가장자리로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