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들뜬 마음으로 서두르는 바로 그 순간, 도로 위는 전쟁터로 변한다

첨단 주행 보조 장치만 믿었다간 연휴가 악몽이 될 수 있는 이유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오면서 고향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분주해진다. 오랜만에 가족을 만난다는 설렘이 크지만, 매년 반복되는 귀성길 교통체증은 운전자에게 큰 부담이다.
이처럼 들뜬 마음과 장시간 운전의 피로가 겹치는 명절 연휴에는 예기치 못한 사고의 위험이 곳곳에 도사린다.

실제로 명절 기간 교통사고 통계는 평소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특히 운전자 대부분이 예상하지 못하는 특정 시간대에 사고가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모두가 안전을 이야기하지만, 사고는 방심하는 바로 그 순간을 파고든다.

연휴 전날 퇴근길이 가장 위험한 이유



< 2021~2025년 추석연휴 교통사고 현황, 출처 : 한국도로교통공단 >


놀랍게도 교통사고가 가장 집중되는 때는 연휴가 시작된 뒤가 아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추석 연휴 시작 전날 발생한 사고는 하루 평균 750건에 달했다. 이는 연휴 기간 일평균 사고 건수(426건)보다 무려 76%나 높은 수치다.

특히 연휴 전날 오후 2시부터 저녁 8시까지 ‘마의 6시간’ 동안 전체 사고의 43.0%가 몰렸다. 조금이라도 일찍 출발하려는 귀성 차량과 평소 퇴근길 차량이 뒤섞이면서 도로가 극심한 혼잡을 빚는 시간대다.
답답한 흐름에 조급한 마음이 더해져 무리한 끼어들기나 안전거리 미확보로 이어지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사고 건수는 줄어도 사상자가 급증하는 배경



< 2021~2025년 추석연휴 교통사고 현황, 출처 : 한국도로교통공단 >


정작 연휴 기간 자체의 하루 평균 사고 건수는 평상시(541건)보다 적다. 하지만 사고의 심각성은 오히려 더 높다. 교통사고 100건당 발생하는 사상자 수를 보면 평시 143.7명에서 연휴 기간에는 165.8명으로 15.4%나 급증한다.

이는 명절 이동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온 가족이 한 차에 타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한 번의 사고가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의 모임 후 ‘한두 잔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는 음주운전 사고 비율도 평시 6.5%에서 연휴 기간 8.7%로 눈에 띄게 증가한다.

편리함에 가려진 첨단 기능의 두 얼굴



< 2021~2025년 추석연휴 교통사고 현황, 출처 : 한국도로교통공단 >


최근 차량에 탑재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은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덜어주는 유용한 기능이다. 그러나 이 편리함을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고속도로에서 주행 보조 장치를 켠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는 30건이며, 이로 인해 20명이 사망했다.

해당 시스템은 운전을 ‘보조’할 뿐, 완전한 자율주행이 아니다. 옆 차선에서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이나 도로 위 낙하물 같은 돌발상황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할 수 있다.
시스템이 알아서 멈춰줄 것이라 믿고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하는 행동은 대형 사고로 직결될 수 있다. 내 차의 첨단 기능을 과신하는 순간, 그 편리함은 가장 위험한 흉기로 돌변한다.

결국 귀성길 최고의 안전장치는 운전자의 집중력이다. 출발 전 기상 정보와 교통 상황을 미리 확인하고, 앞차와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의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방어 운전 자세가 필요하다.
조급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웃는 행복한 명절을 만들 수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